판례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경우 업무상 재해 인정...
- 번호
- 2000구41857
- 일자
- 2002-09-03
[원고] 서 ○○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1.6.15.
1.피고가 2000.11.8.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갑 1, 을 5,변론의 전취지)
가. 원고의 아들인 망 서 △△은 1993.10.19.입은 업무상 재해로 1997.12.31.까지 치료 후 집에서 생활 중 1999.8.4.옥상에서 밑으로 떨어져 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
나. 이에 원고는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2000.8.25.피고에 대하여 유족보상 및 장의비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00.11.8.망인의 사망은 망인의 실수에의한 추락사로서 치료종결 당시의 상병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갑 4 내지 9, 갑 11,갑 12의 1,갑 14,갑 17의 1,2,갑 18,19의 각 1 내지 3,을 8,증인 서 □□, 사실조회결과,변론의 전취지)
(1)업무상 재해 및 장해의 발생
망인은 1993.10.19.운석종합건설(주)에서 시공하는 인천시 부평구 효성동 618 소재 부신산업 주식회사 공장의 천정 내장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지상 6m 높이의 아시바에서 떨어져 뇌좌상,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다발성늑골골절,두개골 분쇄골절 등의 상해를 입고,피고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승인을 받은 후 치료를 받아오다가 1997.12.31.치료를 종결하였다.망인은 처음에는 장해등급 제11급으로결정을 받았다가 소송을 거쳐 장해등급 8급으로 결정을 받았다.
(2)망인의 사망경위
망인은 1999.8.4.18:40경 구리시 수택동 501-13 소재 3층 집에서 떨어져 사망하였다.망인이 떨어지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없으나, 망인이 떨어진 위치에 비추어 망인은 옥상에서 떨어진 것으로 판단되는데, 옥상에는 난간이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수로 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피고는 망인이 옥상의 난간에 걸터앉아 있다가 실수로 떨어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증거가 없다).
(3)망인의 정신상태 등
(가)망인은 1973.9.15.생으로서 아버지인 원고와 동생인 서 □□과 함께 생활하여 왔는데(망인의 어머니는 1995년경에 사망하였다), 망인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가족들과의 사이가 원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평소 가족들이 출근한 후에는 망인이 집에서 혼자 지내곤 하였다.
(나)1998.4.9.부터 1999.8.4.까지 망인을 치료한 신경정신과 전문의 곽 ○○이 1999.7.10.작성한망인에 대한 정신감정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망인은 이 사건 재해 후 별다른 사회활동이나 직업을 가지지 못한 채 거의 집에서만 지냈고, 사소한일에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난폭해지는 등 이 사건 재해 전과는 다른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1995년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는 더욱 심해져 자기 마음대로 못하게 되면 집안의 물건을 부수거나 아버지와 동생을 구타하는 등 가족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 1996년 경기도 광주 세브란스병원에서 4개월, 축령복음 정신병원에서 1개월 입원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
② 망인은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감정표현이 상당히 위축되었고,우울해 보였으며,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주로 피해망상적인 내용)을 이야기할 때는 쉽게 흥분하거나 긴장하는 편이었다.
③ 망인은 전체적으로 사고단절이나 사고비약과 같은 심한 사고과정상의 장애는 보이지 않았으나 한가지 주제에 대해 목표지향적이지 못한 사고의 우회성이 있었고, 주된 사고내용장애는 피해망상이나 관계망상으로 망인이 받은 산재보상금을 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하였으며, 가족들도 믿지못한다고 하였다.
④ 지각상태에 있어서 환시, 환촉은 보이지 않았으나,1999.1.부터 1999.2.까지 환청이 들렸다고 하다가이후에는 부정하였다.
⑤ 뇌의 인지기능장애와 구체적인 피해망상 등의 증상으로 현실적인 판단력 및 충돌조절능력이 저하되어 있고, 자신의 병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력이나 통찰력이 미약해 병식이 없는 상태이다.
⑥ 망인에 대한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기질성 망상장애이다. 기질성 망상장애는 기능성 정신장애인 정신분열증과는 달리 두부외상이나 뇌종양 등의 기질적 원인이 있어야 하고, 위와 같은 기질적 원인에 의한의식변화, 지능저하,기억력 및 지남력장애 등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는 보기 힘든 인지기능의 저하 또는전반적인 장애가 동반되나 그외의 증상들은 망상형 정신분열증의 증상들과 거의 비슷하다.
(다)한편, 망인은 1999.5.경 의사 곽 ○○과 면담하면서 가끔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자살에 관한 이야기도 하였고,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고 한다.
(라)의사 곽 ○○은 망인이 자살하였다고 판단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하면서도(그 근거 중 하나로 망인이 3층 베란다 난간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들고 있으나, 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3층 베란다가 아닌 옥상에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점에 비추어 잘못된 것이다), 망인이 전혀 자살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기능이 매우 황폐하다고 할 수 없어 자살인지 단순 실족사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마)망인은 1993년의 사고로 회사로부터 4,0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고,피고로부터 1998.3.4.장해보상금으로 금 11,963,630원을 지급받았으나,이미 많은 부분을 치료비 등으로 소비한 상태였던 것 같다(한편, 망인에 대한 장해등급이 상향조정되어 2000.7.24.유족인 원고에게 추가로 장해보상금이 지급되었다고 한다).
나.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 ’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행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자가 업무상의 질병으로 요양 중 자살한 경우의 인과관계에관하여도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요양기간,회복 가능성 유무,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자살자의 주위상황,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1993.12.14.선고 93누9392 판결).
이 사건에 있어서, 망인이 떨어진 주택의 옥상 등의 구조에 비추어 단순 실족사로 보기 어려운 점,망인이 평소에 자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한 적이 있었고, 피고가 망인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대한 뚜렷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의 사망은 자살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는것이 상당하고, 한편 망인은 기질성 망상장애로 인하여 현실적인 판단력 및 충동조절능력이 저하되어 있었고, 피해망상에 시달렸으며,젊은 나이에 사고를 당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 회복가능성도 없었으며,망인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가족들과의 관계도 원만치 않았을 뿐만아니라 지급받은 보상금 등을 모두 소비하여 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처지에 대하여 비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많은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해 보면,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들이 망인에게 영향을 주어 결국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에 이르게 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자살은업무상 입은 위 질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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