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도안

판례

전투경찰대원으로 복무 중 시위진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

번호
2001구38339
일자
2002-12-04

공무수행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는 물론이고, 기존의 질병이 공무수행으로 인한 과로나 무리 등이 겹쳐서 재발 또는 악화된 경우도 공무수행과 질병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 위와 같이 원고가 전투경찰대원으로 복무한 지 약 1년 10개월만에 정신분열병이 발병하였고, 그 전에는 원고에게 별다른 정신적 이상이 없었던 점과 그 발병 직전에 원고가 광주에서의 시위진압에 투입되었던 점, 또 스트레스가 정신분열병의 직접적 발병원인은 아니지만 그 증상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발현된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의료인들간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전투경찰대원으로서의 복무, 특히 시위진압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함에 따라, 원고에게 내재되어 있던 정신분열병의 소인이 발현되었을 것으로 넉넉히 추인되므로, 원고의 정신분열병과 공무수행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 고] 임 ○○

[피 고] 서울지방보훈청장

[변론종결] 2002.8.23

1. 피고가 2001.7.10 원고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 비대상 결정을‘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4호증의 1, 2,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85.10.31 입대하여 같은 해 12.28부터 1986.12.31까지는 제주도에 주둔하고 있던 제901전투경찰대대의 제601중대에서, 1987.1.1부터는 같은 대대의 제313중대(현재 제125중대)에서 각 근무하다가 1988.5.12 만기 전역하였다.

나. 원고는 2001.2.5‘전투경찰대원으로 복무하던 중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분열병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국가유공자등록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01.7.10‘전투경찰대원으로 복무하던 중 정신분열병이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공무수행과 그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가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위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의 이유와 같다.

나. 인과관계의 존부

(1) 인정사실

갑 제2호증의 1 내지 4,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의 2, 갑 제5호증의 3 내지 6, 갑 제7호증의 1 내지 26, 갑 제8, 9호증의 각 1, 2,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국립서울정신병원장,‘전 신경정신과의원장’, 제주도 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와 이 법원의 서울대학교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 및 보완감정촉탁 결과, 증인 임○○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원고는 제313중대로 전속된 후 광주에서의 시위진압에 투입되었다가 1987.8.10부터 같은 달 14일까지 위로휴가를 가게 되었다. 원고는 입대 전은 물론, 입대 후에도 위 휴가를 떠날 때까지는 별다른 정신적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나) 그런데 원고는 귀대예정일을 지난 1987.8.16 16:00경 부친과 함께 귀대하더니‘누가 항상 나를 돕는데, 나는 그 은혜를 갚을 길이 없어, 속세를 떠나 입산하여 은혜를 갚으려 한다’는 등 횡설수설하였으며, 이에 소속 부대에서 같은 달 17일 제주시 소재‘고 신경정신과의원’에 원고에 대한 진찰을 의뢰하자, 그 병원에서는 원고에게 사고장애, 감정장애, 연상장애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분열병이 있다고 진단하였다.

(다) 소속 부대에서는 원고의 치료를 위하여 1987.8.18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원고를 위 병원에 입원시키고 같은 해 9.2부터 같은 해 11.1까지와 1988.3.11부터 1988.4.27까지의 두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병가를 주었으나, 원고는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다가 1988.5.12 전역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전역 후에도 정신분열병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안양신경정신병원, 국립서울정신병원,‘전 신경정신과의원’등에서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았으며 지금도‘전 신경정신과의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라) 제주도 경찰국장은 원고의 부친으로부터 민원을 받고 경찰병원장에게 군복무와 정신분열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를 질의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위 병원장은 1989.10.10 아래와 같이 회신하였다.

정신분열증의 발병과정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되어 있지만, 쉽게 설명하면, 유전적 요인이 1/3, 발병할 때까지의 가정적ㆍ심리적 요인이 1/3, 발병 당시의 여러 환경적 요인이 1/3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입시나 군대생활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마) 제주해안경비단장은 원고에 대한 전ㆍ공사상심사를 위하여 국립서울정신병원장에게 군복무와 정신분열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를 질의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위 병원장은 2001.4.10 아래와 같이 답변하였다.

개인적 취약성과 대응능력 정도에 따라 군복무가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발병의 부수적 촉진인자로 작용할 수는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정신분열증의 발생 또는 악화가 반드시 군복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정신분열증이 갑자기 군 생활 중에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그 이전에 증상이 발현되지는 않았더라도, 그 질환에 대한 개인적인 소인을 가지고 있다가 군 생활이라는 힘든 스트레스 상황에 접하였을 때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고 사료된다. 군에서의 부적응으로 인해 정신분열증이 발병하여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는 있다.

군복무라는 부대 내 집단생활 중 특별히 남다른 스트레스 상황(예, 유독 이 사람에 대한 상사의 지속적 가혹행위, 수일씩 계속 밤을 지새운 상당 기간의 단독 특수 임무 수행 등) 후 증상이 발현, 악화된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 한편, 서울대학교병원장은 이 법원의 감정촉탁 및 보완감정촉탁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회신하였다.

원고는 만성정신분열병 또는 분열정동장애에 해당하는 것같다. 정신분열병의 발병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다 작용한다고 생각하며, 요사이는 유전적 요인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군복무 등 생활상의 스트레스가 만성정신분열병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고 보지 않는 것이 현재 정신의학의 정설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의 경우 정신과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개는 정신분열병과는 증상의 양상 및 경과가 다르다.

남자의 경우 정신분열병이 잘 발병하는 연령은 10대 후반~20대 초반이다. 원고는 발병취약시기에 군복무를 하였다. 스트레스와의 관련성은 발병보다는 발병 후 악화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원고가 임상역치하 상태(병의 증상은 있지만, 그로 인한 기능장애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면,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기능장애의 징후가 처음으로 드러나 보이는 경과를 겪었을 수 있다.

소인을 가진 사람이 사망시까지 발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란성 쌍생아에서도 한쪽이 정신분열병이지만 다른 쪽은 정신 분열병을 겪지 않는 경우가 50% 정도된다. 이 차이는 스트레스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으며, 태내환경의 차이, 출산시의 사소한 손상, 발병시기까지의 다양한 환경적 요소 등이 이러한 차이를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스트레스는 발병 후 재발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역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견뎌낼 수 있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다르기도 하다. 따라서 스트레스와 정신분열병 증상간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판 단

공무수행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는 물론이고, 기존의 질병이 공무수행으로 인한 과로나 무리 등이 겹쳐서 재발 또는 악화된 경우도 공무수행과 질병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1991.6.28 선고 91누2359 판결 등 참조), 그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4.12.13 선고 94누903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원고가 전투경찰대원으로 복무한지 약 1년 10개월만에 정신분열병이 발병하였고, 그 전에는 원고에게 별다른 정신적 이상이 없었던 점과 그 발병 직전에 원고가 광주에서의 시위진압에 투입되었던 점, 또 스트레스가 정신분열병의 직접적 발병원인은 아니지만 그 증상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발현된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의료인들간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전투경찰대원으로서의 복무, 특히 시위진압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함에 따라, 원고에게 내재되어 있던 정신분열병의 소인이 발현되었을 것으로 넉넉히 추인되므로, 원고의 정신분열병과 공무수행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정신분열병과 공무수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전제로 원고가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영호(재판장), 지상목, 오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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