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징계처분을 받은 후 사직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 사직서를...
- 번호
- 2002구합10551
- 일자
- 2002-10-09
진의 아닌 의사 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는 것인 바, 이 사건에 있어서도 원고가 3차 사직서 제출 당시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사직을 바라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 징계처분을 받고 계속적으로 사내에서 다른 직원들의 비난을 받는 것보다는, 퇴직금 수령 및 장래 재취업을 위하여 스스로 사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이상, 이를 사직의 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는 없다.
[원 고] 이○우
[피 고]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소송수행자 조용호
[피고보조참가인] 우리신용카드 주식회사 대표이사 황○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흥, 담당변호사 신성철
[변론종결] 2002.6.28
1. 원고의 청구를‘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02.2.18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함) 사이의 2001부해805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1. 이 사건의 쟁점
원고는 주식회사 평화은행(이후 참가인으로 상호가 변경되었다)의 카드사업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참가인은 2001.5.10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위 근로계약 해지를 부당해고로 인정하여 달라는 취지의 원고의 부당해고구제신청에 대하여 원고가 자진사직한 이상 이를‘해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기각하였으며, 중앙노동위원회도 이에 대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자신이 제출한 사직서는 참가인의 강요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제출한 것이므로 이는 무효이고 따라서 참가인의 사직서 수리행위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와 참가인은 원고가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위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반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참가인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서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이다.
2. 인정사실(갑1 내지 4, 6, 7, 11, 을1)
가. 기혼자인 원고는 참가인 회사의 계약직 근로자 신○○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있었는데, 신○○는 참가인 회사를 퇴직한 다음 2001.5.7 22:00경 참가인 회사의 홈페이지에“원고가 2000.12월 말경 신○○를 성폭행하였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였다.
나. 원고는 2001.5.8 10:00경 직속상사인 이○민 부장으로부터 위 사건과 관련하여 사표 제출을 종용받게 되자, 12:00경 신○○를 만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받아 이○민에게 제출하였으나(한편 신○○는 5.9 07:15경 및 5.10 07:49경 두 차례에 걸쳐 홈페이지에 고발 내용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면서 이를 사과하는 글을 게재하였다), 이○민이 신○○와의 면담을 거부하면서 계속 일단 사표를 써서 제출한 뒤 결과를 보자면서 사표 제출을 종용하자, 15:00경 이○민에게 사직서(이하‘1차 사직서’라 함)를 제출하였고, 이○민은 이를 17:00경 총무부에 접수시켰다.
다. 원고는 이후 1차 사직서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참가인 회사의 총무부장 장○민은 2001.5.9 21:00경 원고에게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다음 날 09:00경 개최될 예정이니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하였으며(그 무렵 이○민은 총무부에서 1차 사직서를 찾아 원고에게 돌려주었다), 원고는 24:00경 경위서를 제출하였다.
라. 원고는 2001.5.10 02:00경 다시 사직서(이하‘2차 사직서’라 함)를 제출한 뒤, 퇴직한 다음에는 미국 비자를 발급받기 어려우니 비자발급용 재직증명서를 5.9자로 소급하여 발급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참가인 회사는 위 요청을 받아들여 같은 날 오후 재직증명서를 발급하여 주었다), 08:00경 출근이 조금 늦어지게 되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의 개최를 연기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원고는 은행장과의 면담을 시도하였으나 비서실장 등의 저지로 성사되지 못하자 15:00경 다시 사직서(이하‘3차 사직서’라 함)를 제출하였고(그 무렵 2차 사직서는 반려되었다), 참가인은 17:00경 이를 수리하여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하였다.
3. 판 단
신○○의 고발이 있었던 때로부터 3일 사이에 3차례의 사직서가 제출되었던 점, 이○민이 신○○와의 면담을 거부하면서 원고에게 사직서의 제출을 강하게 종용하였던 점, 2차 사직서는 인사위원회에 제출할 경위서를 작성한 뒤 새벽 2시에 제출되었던 점, 원고의 은행장과의 면담 요구가 수차에 걸쳐 저지되었던 점, 그 밖에 원고의 지위 및 문제가 된 고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위 3일 동안 적지 아니한 심적 고통과 갈등 상태에 있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아가 위 3차 사직서가 참가인의 강요에 의하여 원고의 진의와 달리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민이 은행장의 지시임을 강조하며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였다거나, 5.10 16:30경 원고가 육○수 인사담당 상무에게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장○민이 “사표를 안 내면 여사원들이 여상단체 등에 고발한다고 하니 빨리 사표를 내라. 향후 명예퇴직도 없다”고 하면서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당시 참가인 회사의 카드사업부의 직원들 중 대부분이 여사원들이었고 다른 부서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으며 신○○의 고발 사건에 관한 소문이 널리 퍼져 있는 상태여서 여직원들이 집단으로 모임을 갖고 원고를 회사 내에서 추방시켜야 한다는 등의 공개적인 비난이 거셌다는 점(을1-4-3, 2, 이○민의 증언), 원고가 이미 2차례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가 반환받은 다음 다시 3차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는 점, 원고의 요청으로 재직증명서가 발급된 바 있다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징계처분을 받고 퇴사할 경우 나중에 재취업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나머지 수차 사의를 번복하는 등 고민을 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자의에 의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는 피고 및 참가인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으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는 것인 바(대법원 2000.4.25, 선고 99다34475 판결), 이 사건에 있어서도 원고가 3차 사직서 제출 당시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사직을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 징계처분을 받고 계속적으로 사내에서 다른 직원들의 비난을 받는 것보다는, 퇴직금 수령 및 장래 재취업을 위하여 스스로 사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이상, 이를 사직의 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는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위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할 것이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판사 조병현(재판장), 김용관, 조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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