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도안

판례

연임을 조건으로 임기를 제한하는 것이 근로기준법과 인사규칙...

번호
2002구합39354
일자
2003-09-22

[원 고] 이○숙

[피 고]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교통안전공단 대표자 이사장 김○희

[변론종결] 2003.6.12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02.11.1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2002부해534 부당해고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의 부담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91.3.9 피고보조참가인 공단(이하 ‘참가인 공단’이라 한다)에 1급 직원으로 특별 채용되어 1998.5.8 임기 3년의 이사대우로 승진하였고, 2001.5.8 참가인 공단의 이사장으로부터 이사대우를 연임한다는 임명장을 수여받았다.

나. 원고는 위 임명장을 받기 전날인 2001.5.7 이사장 이○일의 요구에 의하여 “상기 본인은 개인사정으로 사직코자 하옵니다(사직일자는 이사장님께 위임합니다)”라고 기재한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데, 이사장 이○일은 위 사직서를 보관하고 있다가 2002.4.3 전격 수리하여 원고를 의원 면직하였다.

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위 사직서가 원고의 진의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였으나, 참가인 공단의 재심신청을 받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사직의사가 인정되고 이 사건 사직서가 강박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어 참가인 공단의 사직서 수리는 정당한 의원면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2.11.1 위 초심결정을 취소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증 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갑2, 갑6, 갑8~갑10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 고

이 사건 사직서는 첫째, 원고의 사직의사 없이 이사장의 강요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무효이거나, 둘째 참가인 공단의 인사규칙 제17조 제2항, 제53조의 규정에 의하여 원고는 이사대우로서 3년의 임기 동안 그 신분을 보장받고 있는 바, 사전에 사직일자가 기재되지 않은 사직서를 제출받은 것은 취업규칙에 보장된 임기를 단축하고 근로자의 지위를 심히 불안정하게 하는 것으로서 어느 모로 보나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참가인 공단이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계약을 종료시킨 것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나. 피고 및 참가인

참가인 공단의 이사대우는 임기 중 이사로 승진 임명되지 아니하는 한 연임하는 경우가 없었으므로 원고는 인사규칙 제61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임기만료로 당연퇴직 하여야 했는데, 원고로부터 연임을 시켜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은 이사장 이○일이 원고와 사이에 연임에 따른 임기 3년을 보장할 수 없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범위 안에서만 근무한다는 합의를 한 다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사대우 연임발령을 하였다가 자신의 퇴직에 맞추어 이를 수리하였는 바, 이 사건 사직서는 원고가 임기를 보장받지 못하더라도 당장 퇴직하는 것보다는 연임을 받는 것이 자신에게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진의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서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참가인 공단이 이를 수리한 것은 위 합의조건에 따른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이다.

[관련 법령 및 참가인 공단의 정관과 제 규정] 별지와 같다

3.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인정사실

(1) 참가인 공단의 직제

(가) 참가인 공단은 교통안전공단법(이하 ‘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립되어 건설교통부장관의 감독을 받는 비영리법인으로서, 이사장을 포함한 6인 이내의 이사와 1인의 감사 및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법 제12조는 직원을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사장이 임면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관 제23조는 직원의 임면ㆍ복무ㆍ신분보장 기타 필요한 사항은 인사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인사규칙 제17조는 이사 대우는 1급 직원 중에서 이사장이 승진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참가인 공단의 직제규정은 직원을 일반직ㆍ별정직ㆍ전문직ㆍ기능직 및 관리원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1급 직원은 일반직에, 이사대우는 별정직에 속한다. 직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취업규정은 그 적용범위를 이사대우를 포함한 위 직제 규정에 의한 직원 전부로 규정하면서도(제2조 제1항), 이사대우로 임용되는 것을 퇴직 사유로 규정함으로써(제30조 제1항), 이사대우로 임용되기 위하여는 일단 퇴직하여 퇴직금을 정산받도록 하고 있다.

(2) 사직서 제출 및 수리의 경위

(가) 참가인 공단은 IMF 이후 정부의 경영혁신추진계획에 따라 1998년부터 기구축소, 인력감축, 부동산 매각 등의 경영개선노력을 하면서, 2001.3월까지 이사를 8명에서 5명으로, 이사대우를 7명에서 4명으로 줄인 것을 비롯하여 임직원 1,350명을 843명으로 감축하였는데, 참가인 공단의 노동조합은 원고의 연임 또는 이사로의 승진 여부가 문제될 때 그 동안의 구조조정으로 겪은 고통과 앞으로 있을 157명의 추가적인 구조조정 및 인사적체 등을 이유로 원고의 연임을 강력히 반대하였고, 그 동안의 관행도 이사대우가 이사로 승진되는 등의 이유로 이사대우직을 연임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나) 참가인 공단의 이사장 이○일은 노동조합의 반대와 원고의 연임 요구(당시 원고는 이사로의 승진도 바라고 있었다)를 적당히 타협시키기 위하여 임기를 보장하지 않는 조건으로 원고를 연임시키기로 마음먹고, 원고의 임기가 만료되는 날인 2001. 5.7 총무처장 황○수에게 사직서에 들어갈 내용을 적시하면서 원고로부터 그 내용이 담긴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황○수는 원고에게 이사장의 지시를 전하면서 “좋은 일이 있을 것같습니다. 연임조건이 아니겠습니까”라고 자기의 추측을 말하였는데, 원고는 아무 말 없이 황○수가 요구하는 대로 위 ‘1. 나.’항과 같은 내용의 사직서를 작성하여 황○수에게 교부하였다.

(다) 황○수는 즉시 위 사직서를 이사장에게 전달한 후 다시 원고에게 가서 이사장을 만나보라고 하였는데, 원고는 이사장실에서 이○일을 만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고, 이사장 이○일은 원고에게 임기가 다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다음 날 이○일은 원고에게 “이사 대우에 연임함. 경남울산지사장에 보함(임기 : 2001.5.8 - 2004. 5.7)”으로 기재된 임명장을 원고에게 수여하였다.

(라) 그 후 이사장 이○일은 충주시장에 입후보하기 위하여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사전 예고 없이 원고에게 위 사직서를 수리한다는 통보를 함으로써 2002.4.13 원고를 의원면직처리하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승진임용하였는데, 이사장 이○일의 사직서는 이틀 후인 4.15 건설교통부장관에 의하여 수리되었다.

(마) 원고의 사직서가 수리될 무렵에는 참가인 공단이 구조조정을 계속하여야 할 만한 사유가 없었으므로, 참가인 공단의 임직원이 917명으로 증가하여 있었다.

[증 거] 갑1, 갑2, 갑4~갑8, 갑11, 갑13-1, 갑14, 갑16-1~3, 을3-1,2, 을4, 을5, 을10, 을11, 증인 이○일, 황○수(각 일부), 변론 전체의 취지

나. 부당해고 여부에 대한 판단

(1)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제출하는 사직서는 근로계약해지의 청약에 해당하므로 사용자가 사직서를 수리할 때 근로계약은 합의에 의하여 해지된다 할 것이지만, 임기 만료 전에 면직하여도 좋다는 조건을 수락하여야만 연임시켜 주겠다는 사용자의 의사표시에 따라 연임 전에 미리 사직서를 제출하고 임용되는 경우에는, 그 사직서는 근로계약해지 청약의 의사표시를 담은 통상적인 사직서가 아니라, 앞으로 체결될 근로계약에 있어서 사용자의 일방적인 근로계약해지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 즉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일방적인 해지권을 수여하는 의사표시를 담은 서면이라고 할 것이므로, 사용자가 그러한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받고 임명장을 발부하였다면, 사용자가 임기의 범위 안에서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내용의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100조는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에 있어서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근로기준법 제96조 제4호가 ‘퇴직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의 내용으로 삼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임기에 관한 사항도 근로기준법 제100조가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참가인 공단의 인사규칙은 법과 정관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것으로서 법규범으로서의 성질과 근로기준법 제96조의 취업규칙으로서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참가인 공단의 이사장이 원고와 체결한 임용계약 중 임기를 제한한 부분은 법규로서의 성질을 갖는 인사규칙 및 근로기준법 제100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인사규칙에 명시된 임기를 제한하여 임용하는 것이 항상 무효인 것은 아니고 유효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연임을 조건으로 일방적인 해지권을 수여받는 방식으로 임기를 제한하는 것은 근로자의 신분을 보장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제100조 및 참가인 공단의 인사규칙 중 임기에 관한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 할 것이고, 더욱이 연임을 바라는 직원과 사이에 연임에 대한 대가로 일방적인 근로계약해지라는 내부적인 특약을 하고 형식은 인사규칙대로 임기를 정하여 임용한 경우, 그러한 내부적인 특약은 법과 정관 및 인사규칙에 정하여진 임기에 관한 규정을 면탈하는 약정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참가인 공단의 이사장이 위 사직서에 근거하여 한 의원면직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서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따라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영태(재판장), 이범균, 조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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