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도안

판례

건설현장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흙더미를 넘던 중 사고를...

번호
2002두12311
일자
2003-05-16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오후 간식시간에 남들보다 늦게까지 남아 술을 마시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우수관로 공사구간의 식당쪽 흙더미를 넘던 중 흙의 경사로를 따라 미끄러지면서 우수관로의 바닥으로 떨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건설현장은 그 특징상 위험 및 장애가 곳곳에 산재하게 마련이므로 근로자로서는 항상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생활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비록 C건설이 완전 무결한 안전성을 유지하지는 못하였지만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는 취하였다 할 것이고, 이 사건 사고는 본질적으로 공사현장에서 예견할 수 없는 원고의 비상식적인 행위로 인하여 야기된 것이라 할 것이어서 원고의 부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은 업무상 재해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원고, 피상고인] 정○홍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재중

[피고, 상고인] 근로복지공단 대표이사장 김○영

소송수행자 박상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빌라 신축공사의 현장 근로자들이 평소 식사와 간식장소로 이용하던 식당에서 원고가 근무하던 빌라 신축현장으로 다니는 길은 원심 별지 도면 표시 ‘A통로’와‘B통로’가 있고,‘B통로’는‘A통로’에 비하여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사건 우수관로 터파기 공사 전부터 빌라 신축공사의 근로자들은 주로‘A통로’를 이용하여 식당을 드나들었고, 터파기 공사 후에도 여전히‘A통로’를 이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인 C건설은 이 사건 사고 당시 터파기한 우수관로 옆의 흙더미 쪽(식당 쪽)으로는 안전띠나 가설울타리 등의 통행제한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고, 그 밖에 통행제한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근로자들이 공사현장에 출입하기 위해 이용하는 통로는 산업재해보상법시행규칙 제32조 소정의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흙더미의 쌓여 있는 상태에 비추어‘A통로’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그 통로는 여전히 위 시설물로서 기능을 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C건설로서는 터파기 공사 후에 근로자들이 종래의 습관을 따라 ‘A통로’쪽을 이용하다가 터파기한 곳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A통로’의 이용을 차단하는 등의 안전시설 내지 조치를 충분하게 하지 아니한 것은 위 시설물의 결함 내지 관리상의 잘못이라는 이유로‘A통로’방향으로 진행하다가 터파기한 곳으로 빠져 원고가 입은 부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 및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우수관로 공사는 지름 600mm의 우수배관을 신축 아파트에서부터 아파트 진입로를 따라 밖으로 약 150m 가량 설치하는 공사로 전 구간을 모두 굴착한 후 한꺼번에 관을 묻고 한꺼번에 흙을 덮는 방법으로 진행되지 아니하고, 맨홀과 맨홀 사이(그 거리가 약 30m 상당임)를 한 구간으로 하여, 각 구간별로 나누어 폭 약 2m, 깊이 약 2.5m 정도로 터파기(그 규모에 대하여는 증거마다 다소 차이가 있음)를 한 후,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우수관로를 매설한 후, 흙 되메우기를 시행하는 방법으로 매 구간씩 공사를 시행하였고, 원고가 추락한 지점은 8번 맨홀과 9번 맨홀 사이로, 터파기 공사는 이 사건 사고 전날 모두 종료되었고, 이 사건 사고 당일 09:00경에는 기초 콘크리트 타설공사가, 사고 당일 17:30~19:00경에는 우수관로 매설공사가, 다음 날 오전에는 흙 되메우기 작업이 진행되어 공사가 종료되었던 사실, 우수관로 터파기 공사를 하기 전에는 빌라 신축공사 현장에서 식당으로 이동함에 있어서는 식당옆의 상가 터파기 장소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이동로를 원심판시의 ‘A통로’와 ‘B통로’로 구별할 필요가 없고 각자의 위치에 따라 편리한 이동로를 선택하였던 사실, C건설에서 이 사건 사고 하루 전 터파기공사가 완료된 무렵부터 흙 되메우기가 끝날 때까지는 이 사건 터파기 공사구간에 접한 아파트 진입도로의 가장자리에 일정간격으로 철근을 박고 안전띠를 설치하여 관계근로자 외의 자의 공사구간 출입 내지 통행을 금지하는 표시를 하였고, 식당쪽으로는 굴착한 흙이 약 45°의 경사를 이루며 2m 정도의 높이로 쌓여 그 흙더미가 출입 내지 통행금지 표지의 역할을 하고 있었으므로 근로자들 누구나 이 사건 우수관로 공사기간 동안 그 공사구간을 넘어 다닐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사실, 한편 ‘B통로’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빌라 현장쪽 진입도로경계선에서 식당까지의 거리가 약 20m 정도에 불과하여 ‘A통로’에 비해 큰 부담이 된다고 할 수도 없는데,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오후 간식시간에 남들보다 늦게까지 남아 술을 마시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우수관로 공사구간의 식당쪽 흙더미를 넘던 중 흙의 경사로를 따라 미끄러지면서 우수관로의 바닥으로 떨어진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C건설로서는 이 사건 사고당시 우수관로 공사구간으로 관계근로자 외의 자의 출입 내지 통행을 막고 그 위험을 알렸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우수관로 공사의 기간, 규모, 공사기간 중의 그 주위여건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지점 식당쪽에 별도로 원고주장과 같은 안전시설을 설치할 필요성은 없었다고 보이며, 건설현장은 그 특징상 위험 및 장애가 곳곳에 산재하게 마련이므로 근로자로서는 항상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생활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비록 C건설이 이 사건 우수관로 공사에 있어서 완전 무결한 안전성을 유지하지는 못하였지만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는 취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사고는 본질적으로 공사현장에서 예견할 수 없는 원고의 비상식적 행위로 인하여 야기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사고를 C건설이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의 결함 또는 관리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부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은 업무상 재해의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이용우, 배기원(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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