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도안

판례

노조의 파업집회에서 앰프와 대형스피커를 이용하여 구호를 외...

번호
2003노1335
일자
2004-05-07

근로자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및 노동쟁의 발생신고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한편,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구비하여야 인정될 수 있다.

검사가 공소제기한‘앰프와 대형스피커를 이용하여 구호를 외친 점’에 국한하여 볼 때 이 사건 파업은 주체, 목적, 절차, 수단 등에 있어서 정당성이 인정되어 죄가 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피 고】 김○진 외 5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1.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

첫째, 원심판결은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하여 검사가 심판을 구하지 아니한 사실을 심판한 위법을 범하였고, 둘째, 이 사건 공소사실을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행위내용이 특정되지 아니하여 무효이고, 셋째, 이 사건 공소사실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중 방법이나 수단을 문제삼은 것인데, 이 사건 쟁의행위의 경우 주체, 목적, 절차의 각 측면에서 정당성이 있는 쟁의행위이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지○민은 전국 새마을금고노동조합 부천시지부(이하 단순히‘부천지부’라고 한다) 분회장, 피고인 김○혜는 부천지부 여성차장, 피고인 홍○아는 부천지부 여성부장, 피고인 김○진, 최○희, 최○웅은 각 부천지부 소속 노동조합원인 바, 부천지부는 2000.12.27경부터 부천시 각 새마을금고에 임금인상, 노동조합 인정 등의 사안으로 수회에 걸쳐 일괄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각 새마을금고가 금고별 단독법인체로서 재무구조가 다르다는 등의 사유로 일괄 단체교섭에 응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각 새마을금고의 업무를 방해하기로 결의하고, 공모하여 2001.3.2 09:00경부터 18:00경까지 부천시 원미구 신흥동 94-2소재 ○○동새마을금고(이하 단순히‘○○금고’라고 한다) 앞 노상에서 노동조합원 30여명과 함께 앰프와 대형스피커를 이용하여‘부당징계 철회하고 성실교섭 이행하라, 박○운 물러가라’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는 등 그 무렵부터 2001.5.10경까지 위와 같이 구호를 외침으로써 위력으로 ○○금고의 여ㆍ수신 등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1) 원심은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위 공소사실과 다르게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는 바, 원심이 그 거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한 피고인들의 범죄사실 요지는“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01.3. 2부터 2001.5.10경까지 사이에 2001. 3.4, 3.11, 3.18, 3.25, 4.1, 4.5, 4.8, 4. 15, 4.22, 4.29, 5.1, 5.5 및 5.6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09:00경부터 18:00경까지, 매주 토요일은 09:00경부터 13:00경까지 부천시 원미구 신흥동 94-2 소재 ○○금고 앞 노상에서 노동조합원 30여명과 함께 천막과 앰프, 대형스피커를 설치하고 위 앰프와 대형스피커를 이용하여 ‘부당징계 철회하고 성실교섭 이행하라, 박○운은 물러가라’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금고 현관바닥에 스프레이로‘박○운 퇴진, 박○운 악질 몰아내자’라는 글을 써놓고, 벽면에는‘謹弔 박○운’이라 적어 걸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함과 아울러 ○○금고 출입문 바로 앞에 2개의 대형스피커를 설치하여 하루종일 고성으로 구호와 노동가요를 틀어놓고 수회 꽹가리와 북을 쳐서 소음을 야기하는 한편, 폭 2m 정도의 금고 출입문 앞길에 상복을 입고 피켓을 몸에 두른 노동조합원들이 출입문 앞에 막아서고, 노동조합원 10여명이 길바닥에 다리를 뻗고 앉아 ○○금고를 찾는 고객들의 새마을금고 출입을 꺼리게 하는 등 위력으로 ○○금고의 여ㆍ수신 등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2) 나아가 원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한 쟁의행위이므로 죄가 되지 아니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이 약 2개월여에 걸치는 오랜 기간 동안 ○○금고 앞 노상을 실질적으로 점거하여 대형스피커 2대를 사용하여 고성으로 자신들의 요구사항 또는 노동가들을 방송하고, ○○금고의 대표자인 박○운에 대한 비방을 게시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금고의 정상적인 영업을 방해하고 그 신용을 떨어뜨려 위 금고의 자산보유액을 현격히 감소시키는 등 손실을 가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그 태양과 방법이 상당한 범위를 일탈하여 정당한 쟁의행위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불고불리의 원칙 위배 여부

(1) 검사는 피고인들을 업무방해의 공모공동정범으로 공소를 제기함에 있어서 업무방해의 요건인 위력의 행사의 태양으로서“앰프와 대형스피커를 이용하여 구호를 외친 점”만을 적시하고 있음에 반하여 원심은 공소장 변경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그에 더하여 “○○금고 현관바닥과 벽면에 각종 글을 게시한 점, 유인물을 배포한 점, 꽹가리와 북을 치는 등 소음을 야기한 점, 노동조합원들이 상복을 입고 피켓을 몸에 두른 채 출입문을 막아서는 등 고객들의 출입을 방해한 점”등을 추가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2) 보건대, 업무방해죄의 행위태양이 되는‘위력의 행사’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일체의 세력으로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고, 폭행ㆍ협박은 물론 그에 이르지 못하는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을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므로 어떤 행위가 위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행위ㆍ태양이 무엇인가가 공소사실의 특정 및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고 할 것이고,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은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는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절차뿐만 아니라 그 수단과 방법이 정당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범죄의 성부가 달라진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위력행위의 구체적인 행위ㆍ태양이 특정될 필요성은 큰 것이다.

(3) 그렇다면, 검사가 위력행위의 내용으로 적시한“앰프와 대형스피커를 이용하여 구호를 외친 점”과 원심이 이에 추가하여 판단한“○○금고 현관바닥과 벽면에 각종 글을 게시한 점, 유인물을 배포한 점, 꽹가리와 북을 치는 등 소음을 야기한 점, 노동조합원들이 상복을 입고 피켓을 몸에 두른 채 출입문을 막아서는 등 고객들의 출입을 방해한 점”은 서로 행위ㆍ태양의 본질을 달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공소장 변경 등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이를 추가하여 업무방해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벗어나 공소제기되지 아니한 부분을 판단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따라서 원심은 일단 이 점에 있어서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이하에서는 변호인의 나머지 항소이유를 판단함에 있어서 검사가 공소제기한“피고인들이 앰프와 대형스피커를 이용하여 구호를 외친 점”에 한정하여 피고인들의 책임 여부를 보기로 한다.

나.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이“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취지는, 심판의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심판의 능률과 신속을 꾀함과 동시에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공소사실은 그 특정 요소를 종합하여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다고 할 것이고,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의 시일,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시일, 장소, 방법의 기재를 필요로 한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더구나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위 세가지 요소의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또한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공소내용을 공소제기절차위반으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금고 앞에서 파업집회를 가지면서 구호를 외침으로써 ○○금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고, 비록 누가 구호를 선창하고, 구호를 외친 횟수가 어떠한 지 여부가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는 아니하나 다른 한편에 있어서 집회시간 및 기간, 구호내용, 참석인원, 구호를 외치는데 사용한 장비 등이 특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어느 정도의 개괄적 표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그에 대한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도 특별한 지장이 없다고 보이므로 그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다. 업무방해의 성립 여부

(1) 근로자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및 노동쟁의 발생신고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한편,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구비하여야 인정될 수 있다.

(2) 먼저 이 사건 쟁의행위의 주체와 목적 및 절차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과 당심 증인 장○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사건 쟁의행위의 경위와 관련하여 ① 부천지부는 109개 조항의 단체협약안을 작성하여 2000.10.4부터 11.6까지 6회에 걸쳐 ○○금고를 비롯한 부천지역 13개 새마을금고(이하‘금고측’이라 한다)와 일괄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금고측에서는 각 새마을금고가 금고별 단독법인체로 재무구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개별적 교섭을 요구하여 단체교섭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단체교섭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 ② 이에 부천지부는 2000.11.17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였는데 위 위원회는 2000.11.17 2000조정131호로 당사자간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의 교섭절차와 방법에 따라 성실한 교섭을 가질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한 사실, ③ 부천지부는 2000.12.13 금고측에 대하여 종전 단체협약안을 89개항으로 축소한 새로운 단체협약안을 제시하였으나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12.15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재차 조정신청을 한 사실, ④ 위 위원회는 2000.12.22 2000조정144호로 부천지부와 금고측 사이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당사자간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임을 인정하고 양측의 현격한 주장 차이로 인하여 조정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조정중지 결정을 한 사실, ⑤ 이에 부천지부는 2000.12.23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조합원 83.1%의 찬성을 얻어 2000.12.27부터 파업에 들어간 사실, ⑥ 부천지부는 계속된 전면파업에도 불구하고 금고측과 사이에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하자 2001. 2.13 쟁의행위를 전면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전환하여 업무에 복귀한 사실, ⑦ 그러나 금고측은 여전히 단체교섭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노조원들을 상대로 노조탈퇴를 회유하며, 업무복귀를 거부하고 특히 ○○금고에서는 피고인 김○진, 최○희, 지○민 등 6명의 노조원들에 대하여 위 파업 참가를 이유로 무기한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의 부당한 조치를 취하자 부천지부는 2001.2.26부터 다시 이 사건 전면파업에 돌입하여 이 사건 집회를 개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파업은 노조가 근로조건 등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된 분쟁상태를 자기측에게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하여 자기의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여진 투쟁행위로서 그 절차에 있어서도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그 목적 및 절차적 정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3) 다음, 이 사건 파업의 방법과 태양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부천지부 소속 노동조합원 30여명과 함께 2001.3.2부터 5.10경까지 장기간에 걸쳐 근무시간 중에 계속적으로 ○○금고 앞 노상 집회에 참석하여 앰프와 스피커를 이용하여 각종 구호를 외친 사실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 이 사건 집회에서 위험한 폭력행위나 파괴행위가 벌어진 바 없고, ○○금고 자체에 대한 어떤 점거행위 내지 고객들에 대한 직접적인 출입방해가 없었던 사실이 인정되는 바,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는 근로자들의 정당한 활동범위 내에 속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이 사건 쟁의행위가 원심 판시와 같이“그 행위 태양과 방법이 상당한 범위를 일탈하여 정당한 쟁의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4) 결국, 검사가 공소제기한‘앰프와 대형스피커를 이용하여 구호를 외친 점’에 국한하여 볼 때 이 사건 파업은 주체, 목적, 절차, 수단 등에 있어서 정당성이 인정되어 죄가 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이에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범죄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 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파업은 정당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박기주(재판장), 김동현,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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