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도안

판례

법원을 사용자로 하는 근로자의 경우 사업장인 법원 내에서 ...

번호
2003노800620
일자
2006-02-27

집시법 제11조 ‘각급법원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를 제한’한 것은 법원의 기능과 안녕보호를 위해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집회 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이 조항으로 집회·시위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시위로 인해 달성하려는 효과가 감소되는 것일뿐 그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고 헌법상 근로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피고인】 A 외 2인

【항소인】 피고인들

【원심판결】

1. 서울지방법원 2003. 8. 27. 선고 2002고단12331, 12340(병합) 판결

2. 서울지방법원 2003. 9. 16. 선고 2003고단126 판결

피고인들의 각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피고인들)

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조 목적과 전체적인 규정 내용을 보면 근로3권 활동의 일환으로서 사업장 내에서 단결목적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이 사건과 같은 조합원 총회라는 회합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의 규율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구성요건해당성이 없어 무죄라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법원을 사용자로 하는 근로자의 경우 사업장인 법원 내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 있고,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시기, 절차, 수단, 태양의 측면에서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의 처벌조항에 대해서도 면책이 인정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명호종합기술개발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는 2002. 2.경 법원행정처와 사이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967 소재 대법원청사 시설관리도급계약을, 2002. 3.경 서울고등법원과 사이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1701-1 소재 서울법원종합청사(이하 ‘이 사건 법원’이라고 한다) 시설관리도급계약을 각 체결(계약기간 2002. 3. 1.~2002. 12. 31.)하고,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각 법원청사의 건물, 부속건물, 공작물 및 기계, 전기, 통신설비와 기타 청사 내·외에 설치된 모든 설비 일체를 점검, 유지, 보수, 운용하도록 하였다.

(2)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피고인 A는 2002. 3. 20.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무장소를 대법원, 직종을 전기(주임)으로, 피고인 B는 2001. 9. 1.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무장소를 대법원, 직종을 통신으로, 피고인 C는 2002. 3. 20.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무장소를 대법원, 직종을 전기(반장)으로 각 약정하였다.

(3) 피고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은 2002. 4. 26. 노동조합 설립을 결의하고 전국시설관리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에 가입한 다음 피고인 A는 이 사건 노동조합 명호종합기술개발지부(이하 ‘이 사건 지부’라고 한다) 대법원 지회장, 피고인 B는 이 사건 지부 사무장, 피고인 C는 이 사건 지부장에 각 선임되었다.

(4)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지부는 2002. 5. 8.부터 2002. 6. 4.까지 3차례에 걸쳐 이 사건 회사를 상대로 임금인상과 최초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이 사건 회사는 위 단체교섭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5)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지부는 2002. 6. 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02조정86호)을 하고, 2002. 6. 18.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는바, 70명의 조합원 중 69명이 참석하고 이 중 65명이 찬성하여 재적조합원 92.8%의 찬성율로 이를 가결하였다.

(6) 이 사건 지부는 2002. 6. 22. 서울고등법원 관리과로 ‘이 사건 회사의 불성실한 태도로 사실상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바, 이 사건 지부는 회사측에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2002. 6. 24.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02. 6. 26. 대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에 ‘이 사건 회사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에 대하여 극도의 무성의로 임하여 대화와 교섭을 통한 노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하였으므로 첨부한 쟁의행위신고서에 따라 2002. 6. 28.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발송하였다.

(7) 한편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위원회는 2002. 6. 27. 위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하여 ‘이 사건 회사는 노조의 단체협약안 제시에 대하여 취업규칙으로 안을 대체한다는 등 종전의 주장을 전혀 굽히지 아니함으로써 조정안 마련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 조정안 제시가 당사자간 주장의 대립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조정종료결정을 하였다.

(8) 이 사건 지부는 2002. 6. 28. 오전에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원 지하 3층 현장사무실에서 조합원들 60여명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였으나, 법원 청원경찰이 제지하거나 서울고등법원 관리과에서 이 사건 회사의 현장소장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퇴거요구를 하였다.

(9)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2002. 6. 28. 14:00경부터 15:30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법원 1층 현관 앞 노상에서 미리 준비한 ‘비정규직 철폐, 동일노동 동일임금 쟁취’라고 기재된 플래카드 1개, 노동조합 깃발 등을 내걸고, ‘단결 투쟁’이라고 기재된 붉은색 머리띠와 투쟁조끼를 착용한 노조원 60여명과 함께 그 곳 바닥에 연좌하여 확성기를 이용하여 ‘생활임금 쟁취, 민주노조 사수’등의 구호를 수회 제창하고, 그 과정에서 서초경찰서장 및 그 위임을 받은 정보·경비과장으로부터 위 집회가 신고되지 않았고 집회금지장소에서의 집회임을 이유로 4회에 걸쳐 불법집회를 중단하고 즉시 해산하라는 해산명령을 받고도 지체없이 퇴거하지 아니하였다.

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호의 “각급법원”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에 대한 검토(헌법재판소 2005. 11. 24.자 2004헌가17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1)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장소선택의 자유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를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불특정다수인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를 포함한다.

한편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는 집회, 시위의 장소를 스스로 결정할 장소선택의 자유가 포함되는바, 집회, 시위 장소는 집회, 시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회, 시위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집회, 시위의 자유가 비로소 보장되는 것이므로 장소선택의 자유는 집회, 시위의 자유의 한 실질을 형성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의와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각급법원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이하 ‘각급법원 인근’이라고 한다)에서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집회, 시위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조항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제한은 개별적인 경우의 구체적인 위험상황의 발생 여부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각급법원 인근이라는 특정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가 행하여진다는 사실만을 요건으로 하여 집회, 시위를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으로서, 각급법원 인근에 집회, 시위 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나아가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기능보호와 법원의 안녕보호를 그 입법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법원의 기능보호는 구체적으로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관 및 직원, 그리고 법원을 이용하는 일반인들이 다수인의 집회, 시위로부터 장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법원을 출입하는 것, 법원의 업무가 집회, 시위로부터 영향을 받음이 없이 수행되는 것 등에 대한 보호를 포함하고, 법원의 안녕보호는 구체적으로 법원의 청사 및 업무환경, 그리고 법원에 있는 법관, 직원, 일반인의 생명, 신체를 다수인의 집회, 시위에 의하여 생길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함을 포함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대한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그 입법목적에 비추어 과잉제한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법원의 기능은 사법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확보될 때에만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으로서 법원의 기능과 안녕보호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헌법이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바로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수단의 적정성

법관은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보고 들은 것만에 의하여 영향을 받아야 하지만 법관도 인간이기 때문에 재판중이나 재판 전에 법정이나 그 부근에서 개최되는 집단행동에 의하여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영향을 받을 위험을 부정하기 어렵고, 가사 구체적인 경우에 법관이 그러한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판단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국민들은 그것이 집단행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사법에 대한 신뢰는 훼손되게 되는 것이므로 각급법원 인근에 집회금지장소를 설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함으로써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

(다)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회금지장소의 반경을 100미터로 규정하고 있는데, 100미터의 이격거리는 법익충돌의 위험성에 비추어 볼 때 사법기능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로 평가되고, 각급법원의 경우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경우에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제4호가 규정하는 것과 같은 예외를 각급법원 인근에서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으며, 달리 집회, 시위 금지의 예외를 허용할 만한 경우를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예외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절대적으로 집회, 시위를 금지하더라도 이는 불가피한 수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라)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가 금지되더라도 옥내집회는 허용되는 것이고 100미터 밖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시위도 허용되며 100미터라는 장소적 분리에도 불구하고 집회, 시위의 장소와 집회, 시위의 목적 사이의 연관관계가 상실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집회, 시위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집회, 시위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효과가 감소되는 것일 뿐 그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사법기능의 보호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의 초석과 관련된 매우 큰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집회, 시위의 효과 감소 및 이에 관련된 자유의 제한은 감수할 만한 정도의 것으로 평가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4) 결어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례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며 달리 헌법에 위반되는 점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1) 먼저 이 사건 회합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정한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가에 관하여 보건대, 헌법상 집회의 자유의 보장대상이 되는 집회라고 하더라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3조에 의한 적용배제의 대상(학문·예술·체육·종교·의식·친목·오락·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이 아닌 한 모두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의 규율대상, 즉 헌법상 집회의 자유의 제한 대상(장소적 금지의 적용 대상)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조합원들과 함께 이 사건 법원 1층 현관 앞 노상에서 회합을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들 및 조합원들이 임금인상, 단체협약 체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을 하면서 그러한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한 이 사건 집회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3조에 해당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하여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의 규율대상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회합이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는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법원을 사용자로 하는 근로자의 경우 사업장인 법원 내에서 쟁의행위로서의 집회를 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보건대, 가사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들과 법원 사이에 직접적인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회합이 피고인들의 사업장인 법원 내에서 정당한 단체행동권의 행사 내지 적법한 쟁의행위로서 이루어 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각급법원 인근이라는 특정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가 행하여진다는 사실만을 요건으로 하여 집회, 시위를 일괄적으로 금지하고, 각급법원 인근에 대하여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집회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근로자가 근로조건의 결정 및 개선 등을 주장하는 집회의 경우 사업장 내에서 직접 사용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장소 선택의 자유가 다른 집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옥내집회 및 각급법원 인근 100미터 밖의 지점에서의 집회가 보장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근로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각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중현(재판장), 송승용, 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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