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자의에 의한 동의 아래 이루어진 전적의 경우 종전의 근속기...
- 번호
- 2003다38597
- 일자
- 2003-12-09
전적(轉籍)은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됨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며,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서는 당사자 사이에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거나 이적하게 될 기업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자의 종전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피상고인)】 신○진
【피고(상고인)】 정리회사 기아특수강 주식회사의 관리인 전○기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는 1975.3.1 ○○산업 주식회사(이하 ‘○○산업’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차축생산 부문의 기능직 사원으로 근무하던 중 1987.1.1 D중기공업 주식회사로 전적되었는데, 후자의 회사는 1990년경 기아특수강 주식회사로 상호가 변경되었다가 1998.6.1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현재 피고가 그 관리인으로 선임되어 있는 사실(이하 D중기공업 주식회사와 기아특수강 주식회사를 편의상 ‘피고회사’라고 한다), 원고는 위 전적 당시 ○○산업으로부터 퇴직금 1,800만원을 받았고, 2001.12.31 피고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면서 1987.1.1 이후의 기간만 계속근로로 인정되어 퇴직금 73,217,611원을 받은 사실, 한편 ○○그룹은 1986년 초반경 피고회사를 인수하여 ○○산업의 차축생산 부문을 피고회사에 이관하기로 하고, 1986.4.26 ○○산업에서 위 부문의 업무를 담당하던 기능직원 61명을 피고회사에 파견하여 그 직원들에게 이관된 생산시설의 관리ㆍ운영에 관한 기술을 전수토록 하였으며, 원고도 그 파견직원에 포함되었던 사실, 그 후 피고회사는 1986.8.30 ○○산업에서 파견된 직원들의 철수계획을 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1986.9.1부터 10.30까지 세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총 55명을 철수시키고 6명은 잔류시켜 피고회사가 채용한다는 것이었던 사실, 이에 따라 파견된 ○○산업 직원들이 단계적으로 철수하였고, 1986년 말경 원고를 포함한 4명은 피고회사에 잔류할 직원으로 결정되어 피고회사에서 근무하도록 명령을 받은 사실, ○○산업의 퇴직금 산정방식은 계속근로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지급률이 더 커지는 이른바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었고, 피고회사 역시 그 방식은 같았으나, 피고회사의 상여금 지급률 등 임금조건이 ○○산업에 비하여 더 나빴던 사실, 피고회사의 급여지급대장에는 원고의 입사일이 1975.3.1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에 대한 연월차수당, 근속수당은 위 일자를 기준으로 한 근무연수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급되었으며, 사원번호도 위 입사일에 ○○산업에서의 사원번호 ‘751002’가 유지된 사실, 원고에 대한 피고회사의 인사기록카드에 ‘1986.12.31 ○○산업 퇴사’, ‘1987.1.1 대한중기 입사’로 기재되어 있을 뿐, 원고가 ○○산업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 피고회사는 1995.5.25 원고에게 ○○산업 입사일로부터 기산하여 20년간 근속하였다는 내용의 근속장을 수여하기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제1심증인 신○일의 증언 중 피고회사가 당초 6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는데 그 중 2명이 피고회사에의 입사를 거부하고 원고 등 4명은 이에 동의하여 그들만 입사하게 된 것이라는 부분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원고에게 ○○산업에서의 계속근무와 전출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아니한 채, ○○산업의 경영방침에 의하여 전출되면서 형식상으로만 ○○산업에서의 퇴직과 피고회사로의 입사라는 절차를 취하였을 뿐 그 전후를 통하여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였고, 각종 수당 등 급여의 지급, 사원번호의 부여, 근속장의 수여 등도 최초의 ○○산업 입사일을 기준으로 하여 처리하여 왔으며, 원고가 전적 당시 퇴직금을 수령함으로써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산업을 퇴직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산업에서의 근속연수만을 기초로 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수령할 것인지 또는 그 퇴직금을 피고회사로 이체ㆍ적립하여 근속기간의 통산을 받을 것인지를 원고에게 선택하도록 하는 기회가 주어졌어야 할 것인데, 원고가 위 퇴직금을 수령한 후 이를 반납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이와 같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고 그것에 기초하여 원고가 자의에 의하여 퇴직금을 수령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산업에서부터의 근로관계가 단절됨이 없이 계속성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이유로, 원고가 피고회사로부터 받을 퇴직금은 ○○산업에서의 근로연수를 합산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1) 전적(轉籍)은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됨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며,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서는 당사자 사이에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거나 이적하게 될 기업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자의 종전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5.10 선고, 95다42270 판결;1996.12.23 선고, 95다29970 판결; 1997.7.8 선고, 96다38438 판결; 2000.12.22 선고, 99다21806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1987.1.1 ○○산업에서 피고회사로 전적하면서 ○○산업으로부터 퇴직금을 받고 피고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01.12.31 정년퇴직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전적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한 행동이라고 보아야 한다(위 99다21806 판결 참조).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위 전적 당시 ○○산업으로부터 퇴직금을 받으면서 이를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이해하여 그 지급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을 포기하였고, 피고회사에 근무하면서 위 전적에 대하여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 피고회사는 위 전적 당시 원고를 포함한 6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웠었으나 결국 원고를 포함한 4명만을 채용하면서 피고회사의 상여금 수준이 ○○산업에 미달하는 점과 원고 등의 경력을 감안하여 원고 등이 경제적인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일급을 상향 조정함과 동시에 ○○산업 입사일을 기준으로 연차수당과 근속수당 등 제수당을 인정하여 주었던 사실, 또한 피고회사에서의 파견 근무를 마치고 ○○산업으로 복귀한 직원들은 차축생산 부문이 없어졌기 때문에 용접, 기계, 도장 등 각자의 직종에 따라 다른 부서로 분산되어 편입되었지만, 당시 원고는 ○○산업에서 차축생산 업무의 조장으로서 공정을 관리하는 입장에 있었으므로 다른 부서로의 편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은 사정도 있었던 사실, 제1심증인 신○일은 위 전적 당시 피고회사의 노무부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관련 사무를 처리하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는 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회사가 당초 6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는데 그 중 2명이 피고회사에의 입사를 거부하고 원고 등 4명은 이에 동의하여 그들만 입사하게 되었다는 위 신○일의 증언을 믿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전적은 원고의 자의에 의한 동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앞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당사자 사이에 종전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었다거나 피고회사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기록상 나타나지 않는 이상, 원고의 ○○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된 것으로 보아야 하지, 피고회사가 그 근로관계를 승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한편 원심은 원고가 ○○산업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단정하였지만 원고의 주장 외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기록상 나타나지 않고, 피고회사가 원고의 ○○산업 입사일을 기준으로 연월차수당, 근속수당을 지급하고 원고의 사원번호를 ○○산업의 ‘751002’로 유지하였으며 1995.5.25 원고에게 20년 근속장을 수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조치는 원고가 전적에 따른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한 취지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판단함에 무슨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없다(위 95다42270 판결과 95다29970 판결 및 1997.9.30 선고, 97다6322 판결 등 참조). 또한 원고의 전적 당시 원고가 ○○산업으로부터 받은 퇴직금을 피고회사로 이체ㆍ적립하여 근속기간을 통산받을 수 있는 제도나 관행이 있었다는 점이 기록상 전혀 나타나지 않는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퇴직금 수령과 근속기간 통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기회가 원고에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가 ○○산업에서 퇴직금을 받고 퇴직한 것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계속근로가 단절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전적과 계속근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에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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