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업무상 사고후 정신질환이 재발한 경우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
- 번호
- 2004구합20552
- 일자
- 2005-07-11
원고가 작업중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신체일부가 묻히고 119구급대의 도움으로 구조될 수 있었던 사고의 내용에 비춰보면 원고는 순간적으로 이 사고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했었다고 보이고 원고가 정신병력이 있었지만 사고가 있기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고 사고 후 스트레스증후군에 해당하는 증세가 나타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증상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원 고】 배○순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5. 3. 17.
1. 피고가 2004.3.9.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3.3.13. 소외 ○○건설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위 회사가 시공하는 평택시 ○○동 소재 ○○상가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용직(단순노무)으로 근무하기 시작하였는데, 2003.3.14.10:00경 터파기 공정 단계인 위 공사현장의 지하 1층에서 흙을 퍼담아 주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토사가 무너져 내려 발목이 묻히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다.
나. 원고는 위 사고로 ‘우측 족부 제1족지 신건전 파열, 좌측 족부 및 족관절 타박상, 요추부 염좌, 요추 추간판탈출증’의 상해를 입고, 그 무렵 피고로부터 위 상병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요양승인을 받아 위 상병에 대한 치료를 받던 중, 2004.1.28. ○○대학병원 의사 ○○○로부터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임상적 추정)을 진단을 받고, 2004.2.25. 피고에게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 양측 슬관절부 염좌 및 타박상에 대하여 추가적인 요양승인을 신청하였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4.3.9. 양측 슬관절부 염좌 및 타박상에 대하여는 요양승인신청을 받아들인 반면,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에 대하여는 업무 또는 위 사고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요양승인 신청을 거부하였다.
[사실인정의 근거: 갑1, 2, 4호증, 을1호증의 1, 을4호증의 각 기재, E건설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위 처분은 원고의 요양승인 신청에 대하여 일부만 인용한 처분으로서 인용 부분과 거부 부분이 가분적이고 각 부분의 위법성 여부가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에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하, 위 처분 중 거부 부분만을 떼어 이 사건 처분이라 부르고 이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살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고 후 마치 소주 1병 이상을 마신 다음날 머리가 아픈 것과 같은 두통이 시작되었고, 잠을 자다가 깜짝 놀라서 깨는 일이 수 차례 반복되는 등, 소위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 증상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위 질병에 대한 요양승인 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피고는,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은 대부분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고에 직면한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정신적 이상으로서, 이 사건 사고는 흙이 흘러내려 다리가 약간 묻히는 정도의 재해에 불과하고, 사고 현장에 원고가 혼자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위 사고로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이 발병할 개연성이 없으므로, 가사 원고에게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과 같은 정신적 이상 증세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원고 개인적 정신질환에 의한 것으로 추단될 뿐 위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다투고 있다.
나. 사실인정
(1)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지하 1층에서 홀로 작업을 하던 중이었는데, 사고 현장 주변에 철근 배근작업을 하던 인부 중 위 사고를 목격한 소외 양○○의 신고에 의하여 사고시로부터 30분 후에 도착한 119 구급대에 의하여 구조 받았다.
(2) 원고는 사고 직후 평택시 소재 ○○병원에서 우측 제1족지 신건전 파열, 요추부 염좌, 다발성 타박상 및 좌상의 진단 아래 수술적 치료(건봉합술) 등을 받은 후 2003.3.14.부터 2003.5.19.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3) 원고는 2003.5.19. 평택시 소재 ○○신경외과에 전원하여, 그 때부터 2004.2.1.까지 입원하고, 그 다음날부터 2004.5.11.경까지 통원하면서 위 상병과 아울러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 및 양측슬관절부 염좌 및 타박상에 대하여 치료를 받아 왔다.
(4) 원고는 2003.10.22. 두통과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대학병원 정신과에 내원하였는데, 위 병원 주치의는 원고에게 나타난 증상의 일부(흥미와 참여의 감소, 불안, 수면이상, 집중력 저하 등)가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에 부합하는 면이 있고, 그 밖의 원고의 주된 증상(환청, 망상)은 정신분열증의 과거병력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원고에 대하여 항정신병 약물치료와 면담치료를 시행하여 오고 있다.
(5) 원고는 1991.12.경 존속살인 사건으로 1992.1.16.부터 1994.12.4.까지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분열병의 진단 아래 치료감호를 받았고, 1997.6.23.부터 1997.7.8.까지 ○○신경정신과에서 위 질병에 대하여 입원 치료를 받은 이후, 건축 계통의 일용직으로 종사해 왔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1.6.부터 2004.9.까지 원고에 대하여 제공한 개인현물급여내역에 의하면, 정신분열증 관련 보험급여 내역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6) 한편,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또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은 실제적인 죽음이나 죽음의 위협을 느낀 사건 또는 심한 부상을 경험하거나 목격하면서 강도 높게 느낀 두려움이나 공포감으로 인하여 발생하고, 그 일반적인 증상은 외상적인 사건에 대한 재경험, 외상과 연관된 자극에 대한 지속적 회피와 일반적 반응의 둔화, 증가된 각성에 의한 지속적 증상들이 있을 수 있다.
(7)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외상후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회상과 꿈, 중요한 활동들에 대한 흥미나 참여의 현저한 감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불규칙한 수면, 집중력 저하 및 과도한 놀람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증상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해당하며, 이것은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생명을 위협 당하는 공포심과 두려움을 느낀 후 외상적인 사건에 대한 재경험과 외상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반응의 둔화와 증가된 각성이 생긴 것으로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한다.
(8) 한편, 망인의 치료를 담당한 ○○대학병원 의사 ○○○는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응하여,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은 ‘흙더미에 발목이 묻히는 사고의 위험성에 관한 객관적 경중’이 아니라 ‘위 사고로 인한 생명의 위협에 관하여 환자의 주관적 느낌의 정도’가 변수이고, 원고가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받은 경력이 있으나 1997.7.8. 이후 최근까지 정신분열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지 않았고, 이 사건 사고 후 환각과 망상 등이 발생한 점을 보면, 위 사고로 인하여 정신분열증이 재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회신하였다.
[사실인정의 근거: 갑5, 6호증의 각 기재, 의사 이○○의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결과, ○○대학병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의 전취지]
다. 판 단
원고가 지하에서 작업 중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신체의 일부가 묻히고, 그로부터 약 30분 경과된 후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구조될 수 있었던 이 사건 사고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순간적으로 위 사고에 대하여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이전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받은 경력이 있었지만, 그 후 이 사건 사고가 있기까지 약 6년 8개월 가까이 위 질환에 대한 치료 없이 생업에 종사하여 왔던 점, 그런데 이 사건 사고 후 원고에게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회상과 꿈, 중요한 활동들에 대한 흥미나 참여의 현저한 감소 등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해당하는 증세가 나타났고, 원고의 신체를 감정한 의사는 위 증세가 이 사건 사고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 그리고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은 ‘객관적인 사고의 경중’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당사자의 주관적인 느낌의 경중, 즉 생명에 대한 위협 등 두려움과 공포감을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는지’에 달려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능히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와 달리 위 상병이 업무와 무관하다고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 상병의 업무 관련성을 오인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동승(재판장), 김정중, 마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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