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출퇴근 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없고 자가교통수단의 이용이 불...
- 번호
- 2004구합25885
- 일자
- 2005-07-11
직무명령으로 출근시간을 03:00로 변경했음에도 출·퇴근을 위한 배려를 하지 않아 자가교통수단의 이용은 불가피했고 망인이 선택한 출·퇴근 경로 역시 통상적인 경로를 이탈했다고 볼 수 없어 이와같은 출근시간에서 발생된 이 사건 재해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 등이 사실상 망인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결과, 업무와 직접적이고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하여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원 고】 나○○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5. 4. 19.
1. 피고가 2004. 7. 27.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1. 기초사실
가. 망 ○○○의 근무형태
(1) 원고의 남편인 ○○○는 1993. 4. 2.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인정하는 경매사 자격을 취득한 후, 1994. 10. 25.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부산공판장 소속 경매사보로 채용되어 근무하다가 1996. 11. 1. 경매사로 승진한 이래 대구공판장을 거쳐 2001. 1. 1.부터 부산 반여공판장 소속의 채소과 과장으로 근무하였다.
(2) ○○○가 소속된 부산 반여공판장은 장장과 부장장 아래 과일과, 채소과, 관리과, 경리과로 업무를 분장한 후, 과일과와 채소과에는 11명의 경매사를 배치하여 과일과 채소에 관한 경매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는데, 원래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제정한 복무규정 제13조 제1항에서는 직원의 근무시간을 평일은 09:00부터 18:00까지, 토요일은 09:00부터 13:30까지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주로 새벽에 거래하는 농산물 유통의 특성에 따라 2003. 2. 24.부터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의 업무조례 및 복무규정 제13조 제3항에 기한 반여공판장장의 직무명령에 의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경매직 종사자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한편, 경매직의 경우에는 경매보조자를 두어 ‘호창 업무’를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경매사와 경매보조자가 2인 1조를 이루어 경매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3) 그러나 ○○○는 계약직인 ×××를 경매보조자로 하여 호박, 가지, 고추, 오이, 기타 과채류 경매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위 근무명령과는 달리 갑상선 질환에 따른 건강상의 이유로 ×××에게 경매업무 중 호박과 가지 경매업무를 맡기고, 자신은 고추, 오이, 기타 과채류에 관한 경매업무만 담당하였는데, 그에 따라 위 ×××는 평소 03:00까지 출근하여 입하된 채소류 상품을 평가하고 재고량을 확인하며, 인터넷으로 채소류 시세동향을 분석한 다음, 하역반 소속의 김명동에게 호창하도록 하면서 03:30부터 호박 및 가지에 관한 경매를 개시하여 04:00경까지 마치는 한편, ○○○도 평소 03:20경~03:30경 집에서 출발하여 03:50경 곧바로 위판장으로 출근한 후, ×××가 호박 및 가지에 관한 경매를 끝내고 나면, ×××와 5~10분간 정보를 교환한 다음, 04:10~04:20경 사이에 경매를 개시하였다.
(4) 그러나 ○○○가 위와 같이 직무명령에서 정한 출근시간과 달리 출근하였다고 하더라도 산지 출장과 잔업을 처리하다 보면 근무일의 절반 가량을 14:00~15:00까지 근무하였기 때문에 사업주 측에서도 묵인하고 ○○○의 출근시간에 관하여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아니하였다.
나. 망 ○○○의 출근 경로
○○○는 부산 사하구 하단1동 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서 위와 같이 평소 03:20~03:30경 사이에 자신의 소유인 승용차를 운전하여 사하구청 앞을 지나 부산 사하구 괴정동 소재 대티터널과 부산역 뒤쪽의 중앙부두 앞을 통과하여 도시고속국도를 타고 가 원동교를 건너 직장인 반여공판장까지 출근하고, 같은 경로로 퇴근하였는데, ○○○의 실제 출근시간인 03:20~03:30경이나 규정상 출근 시간인 03:00에 맞추어 출근할 경우 출발해야할 시간인 02:20~02:30경 모두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은 운행되지 아니하였고, ○○○가 선택한 출·퇴근 경로는 주거지에서 사업장까지 왕래하는 도로 중 최단거리인 25㎞ 정도로서 심야시간에 출근할 경우에는 정체되지 아니하여 약 20~30분 정도 소요되었다. 한편, 사업주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전체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교통보조비 명목으로 월 100,000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었다.
다. 처분의 경위
(1) 그런데 ○○○의 경매업무의 일부를 맡아 처리해 주던 ×××가 2003. 11. 26. 형사사건으로 인하여 출근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같은 날 02:20경 경매보조업무를 담당하던 ◇◇◇에게 연락하였고, 그에 따라 ◇◇◇가 즉시 집에 있던 ○○○에게 일반전화와 휴대폰으로 2차례에 걸쳐 ×××의 상황을 알려주면서 빨리 출근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2) 이에 ○○○는 2003. 11. 26. 02:50경 집에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출근하던 중 같은 날 03:05경 위 ‘대티 터널’ 입구에 이르러 편도 2차로 중 1차로를 괴정 사거리 쪽에서 서대신동 쪽으로 진행하다가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으로 ‘대티 터널’에 진입하기 직전 터널로 진입하는 차량의 높이를 통제함으로써 사고를 미리 막기 위하여 도로를 가로질러 ‘ㅣㅡㅣ’ 모양으로 설치된 ‘높이제한 주의표지’의 중앙선 쪽 기둥을 운전석 쪽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좌측 대퇴골 개방성 골절’을 입고 부산대학교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06:00경 과다출혈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3)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출근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여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4. 7. 27. 원고에게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5호증, 갑 6호증의 1, 2, 3, 갑 7, 8호증, 을 1호증, 을 2, 3호증의 각 1, 2, 을 4호증의 각 기재, 증인 최○○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가 성립하려면 당해 재해가 업무상의 사유로부터 비롯된 것이어야 하는데,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는 근로의 제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어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와 업무 사이에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어 그 재해가 ‘업무상 사유’로 발생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라 하더라도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나,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실제로는 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라면, 그러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업무 사이에는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밖에 없어 결국 그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근무시간은 평일 03:00부터 12:00까지이고, 토요일도 경매시간부터 4시간 30분이 경과한 시점까지이므로, 근무시간에 맞추어 출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02:20~02:30경에는 집에서 출발하여야 하므로 출근시에는 시간적으로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고, 비록 망인이 갑상선 질환이라는 건강상의 이유로 동료의 도움으로 출근시간을 다소 늦추어 03:20~03:30경에서야 집에서 출발하여 출근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었으며, 게다가 사업주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급한 월 100,000원의 교통보조비로는 다른 대중교통 수단인 택시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기대한다는 것은 매우 곤란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래 반여공판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준수하여야 할 복무규정에는 그 근무시간이 09:00부터 18:00까지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농산물 유통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반여공판장장’의 직무명령으로서 2003. 2. 24.부터 채소과의 출근시간을 03:00로 변경함으로써 포괄적인 조기 출근지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매사들의 출·퇴근을 위한 배려를 따로 하지 아니함으로써 망인을 비롯한 경매사들의 자가교통수단의 이용은 불가피한 것으로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할 것이고, 망인이 담당하는 농산물의 경매를 위하여 출근에 필요한 소요시간, 경매에 필요한 준비시간, 피로 누적을 막기 위한 최소한 수면시간, 농산물의 신선도에 따른 상품가치 하락을 막기 위하여 예정된 시간에 반드시 개시되어야 할 경매업무의 성격 등을 감안할 경우, 적어도 망인이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출근시간대에 출근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할 것이며, 망인이 선택한 출·퇴근 경로 역시 시간과 거리 면에서 통상적인 경로를 이탈한 것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망인의 위와 같은 출근과정에서 발생된 이 사건 재해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 등이 사실상 망인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결과, 업무와 사이에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하여 ‘업무상 사유’로 발생된 것이라 할 것임에도(나아가 위와 같은 출근 및 사고 경위에 비추어 망인의 출근과정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원고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행한 것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창석(재판장), 박창렬, 박성인
출처: 원본 자료실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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