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진의가 아니라 최선책이라고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한 것은 해...
- 번호
- 2004누4804
- 일자
- 2005-05-02
근로자가 사직서를 작성하여 사용자에게 제출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사직서에 사직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는 단순한 농담만을 기재한 것으로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직서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는 의사표시를 담고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당사자 사이의 근로 계약관계는 사용자가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하여 합의해지(의원면직)가 성립하거나 소정의 일정 기간의 경과로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종료되고, 이와 같은 경우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의 소멸 통지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여 이를 근로기준법상의 해고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고, 항소인】 류○호
【피고, 피항소인】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현대건설 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송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고,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3.4.22.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현대건설 주식회사 (이하 ‘참가인 회사’라고 한다.) 사이의 2002부해746호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1. 재심판정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재심판정의 적법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내용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참가인 회사가 방글라데시 현장근무 이후 원고의 국내 복귀일인 2002.6.1. 자로 그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원고에 대하여 해고조치를 하였음에도 이를 숨김 채 원고 스스로 퇴직한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기 위하여, 근무성적 등의 면에서 참가인 회사를 스스로 사직하거나, 참가인 회사로부터 사직을 권유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는 원고에게, 해외설비부장은 사실상 존재하지도 아니하는 채권단의 구조조정명단을 들먹이며 ‘채권단의 해고명단에 포함되어 있어 근무할 수 없으니 사표를 내라.’고 말하고, 인사부차장 역시 ‘작년에 통보된 것처럼 귀국 즉시 퇴직처리 하는 것이고, 6.1.부터는 급료도 지급되지 않으니 버텨봤자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라고 말하면서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는가 하면, 일방적으로 원고의 회사 전산망 자료 열람 및 이메일 사용을 차단함은 물론 20여일 이상 근무명령을 내리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출근할 수 없도록 하였고, 계속하여 원고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3개월 후에 해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원고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였으며, 이에 원고로서는 사직의 의사가 없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참가인 회사의 강요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원고의 사직 의사는 강요에 의한 것이거나 비진의 의사표시이어서 무효이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참가인 회사의 기망에 의하여 채권자 구조조정 명단으로 인하여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속은 나머지 사직서를 일응 제출하였다가 그 이후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사직의 의사를 적법하게 취소하였는바, 참가인 회사에 의한 이 사건 퇴직처리는 실질적으로 원고를 해고한 것이라 할 것인데, 원고에 대한 해고를 정당화할 사유에 대한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아무런 징계사유가 없고 정리해고를 함에 있어 필수적인 요건인 해고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도 정한 바 없어 이 사건 퇴직처리가 부당해고에 해당함에도 그와 다른 견지에서 이 사건 퇴직처리가 정당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의 1, 갑 제10호증의 4,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증인 이○○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참가인 회사는 2000.10.30.경 1차 부도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겪은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하여 노력하면서 인위적인 인원조정을 하는 대신 2001.6.경 노동조합과의 합의 하에 희망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2001.12.경 채권자인 자금관리단의 구조조정 약속이행요구에 따라 원고를 포함하여 근무성적이 불량한 직원 210명을 퇴직대상직원으로 선정하여 그 명단에 오른 직원을 상대로 퇴직을 권유하였는데, 대부분의 퇴직대상직원들은 참가인 회사의 권유를 받아 들여 사직서를 제출하고 참가인 회사를 퇴직하였으나, 그 중 일부 직원은 참가인 회사의 퇴직권유에 응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계속 근무하였다.
(2) 한편 원고는 입사 이후 1986.부터 2001.까지 실시한 총 54회 근무성적 평가에서 중상 5회, 중 33회, 중하 16회 등 전반적인 근무성적이 중하위권이었고, 그 중 1996. 하반기부터 2001.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실시한 총 20회에 걸친 근무성적평가에서 중상 3회, 중 11회, 중하 6회를 받는 등 종합평가점수가 70.67점에 그쳐 평가대상인 건축사업본부 설비직 차장급 직원 37명 중 35위로 최하위권이었으며, 특기 2000.부터 2001.까지 2년 간의 평가에서는 총 8회 모두 중하로 평가되었는데, 2001.12.말경 참가인 회사로부터 근무성적 불량으로 권고사직대상에 포함되어 계속 근무가 어려우므로 후임자 부임시까지 마무리하고 복귀할 것을 통보 받았다.
(3) 그 후 원고는 2002.6.1. 방글라데시 현장근무를 마치고 귀국하여 해외설비부장과 설비부서장 등을 찾아다니면서 국내현장발령을 요청하였으나, 권고사직대상에 포함되어 국내현장발령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그 무렵 회사 전산망에서의 자료열람과 이메일 사용마저 차단되기도 하였으나, 전산망은 원고의 요구에 의하여 복구되었다.
(4) 그러던 중 원고는 2002.6.22. 회사 사정상 부득이하게 떠나야 하므로 조치 바란다는 내용으로 된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면서 2002.6.1.자로 작성일자를 소급하여 기재하였고, 참가인 회사가 이를 수리하여 2002.6.1.자 퇴직한 것으로 퇴직금을 정산 받게 되었는데, 원고의 경우 해외에서 귀국한 2002.6.1.자로 퇴직할 경우 평균임금 산정시 해외근무 3개월의 평균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어 퇴직일자를 늦추는 것보다는 유리하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으며, 사직서 제출 이후에는 참가인 회사 관계자에게 발령 또는 협력업체로의 취업알선을 요청하는 한편, 퇴직 후 계약직 전문위원으로 근무할 것을 제의 받기도 하였다.
(5) 참가인 회사는 원고와 같은 건축사업본부 소속 설비직 차장급 직원 37명 중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근무성적 하위 4명에 대하여도 원고와 비슷한 시기에 퇴직을 권유하여 그들 모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 받았으나, 현재까지 그 사직이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으로 비화된 경우는 원고 이외에는 없다.
다. 판 단
무릇, 근로자가 사직서를 작성하여 사용자에게 제출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사직서에 사직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는 단순한 농담만을 기재한 것으로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직서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는 의사표시를 담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ㆍ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처럼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당사자 사이의 근로 계약관계는 사용자가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하여 합의해지(의원면직)가 성립하거나 민법 제660조 소정의 일정 기간의 경과로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종료되고, 이와 같은 경우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의 소멸 통지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여 이를 근로기준법상의 해고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며(대법원 1996.7.30. 선고 95누7765 판결 참조), 또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1.1.19. 선고 2000다51919 판결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보듯이,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할 무렵 참가인 회사의 구조조정을 위하여 근무성적이 좋지 아니한 많은 수의 직원들이 참가인 회사의 권유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었던 점, 원고의 근무성적이 설비직 차장급 중 최하위권이고, 특히 최근성적이 좋지 아니하였으며, 원고 스스로도 차장 승진에 소요된 연수 등에 비추어 자신의 근무성적이 적어도 상위권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사정 정도는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의 경우 해외근무 이후 국내복귀일을 기준으로 퇴직처리 될 경우 퇴직금 산정에 있어 유리하고, 사직서 제출 이후에도 참가인 회사 관계자에게 취업까지 부탁한 점, 원고와 비슷한 상황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직원들 중 그 사직서 제출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는 직원은 원고 이외에는 없고, 퇴직대상자명단에 오른 직원들 중 일부는 참가인 회사의 퇴직권유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근무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그 사직서의 내용에다 회사 사정상 부득이하게 사직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두었고, 국내복귀 이후 20여일 동안 현장발령을 받지 못한 채 일시적으로 참가인 회사의 전산망 사용이 중단되었다는 위 인정의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이 참가인 회사의 강요나 협박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ㆍ제출하였다고는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으며, 또한 앞서 살펴 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참가인 회사를 사직하는 것이 진정으로 마음속으로 바라는 바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 당시 원고가 처한 상황 하에서는 사직서 제출이 최선이라 판단하여 그러한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여지는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참가인 회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데에 원고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도 없으며, 나아가 참가인 회사가 근무성적에 따라 선별한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대상자명단 즉, 구조조정명단을 작성하여 원고처럼 그 명단에 오른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권유를 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구조조정 명단이 없음에도 있는 것과 같이 원고를 기망하였다는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의 사직원 제출과 이에 따른 참가인 회사의 수리로써 합의해지에 의하여 적법하게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취지로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할 것이고, 이 사건 퇴직처리가 실질적인 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그에 대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흡(재판장), 배준현, 곽상현
출처: 원본 자료실에서 보기 ↗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구체적 사안은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