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신체의 저항기능이 저하된 것이 패혈증...
- 번호
- 2007구합25022
- 일자
- 2008-03-31
망인은 나이도 젊고 비교적 건강한 체질이었을 뿐만 아니라, 패혈증을 유발할만한 어떠한 기존 질환도 없었던 점, 망인의 주된 사망원인이 된 패혈증은 기존의 질병이나 기타의 사유로 신체의 저항력이 약해진 사람이 체내에 침입한 세균의 급속한 번식을 막지 못 함으로써 발병하는 질병으로 볼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망 직전 평소보다 과로한 사실이 있다는 것 이외에는 어떤 기존 질병이 있는 등 다른 사정이 원인이 되어 신체의 저항력이 약해져 패혈증을 초래한 것으로 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망인이 주된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패혈증에 걸려 사망하였다고 할지라도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망인의 신체의 저항기능이 저하된 것이 패혈증의 발병과 그 악화에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원 고】 ○○○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8. 1. 9.
1. 피고가 2007. 4. 2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5호증, 갑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망인은 2000. 7. 1.경 ‘소외 업체’에 입사하여 치과기공사로 근무하던 중, 2006. 10. 23. 8:30경 출근하여 작업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고열증세가 발생하여 A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은 후 귀가하였으나, 같은 날 12:00경 다시 고열이 발생하여 자택 근처 소아과의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았고, 2006. 10. 24. ‘혈액검사결과 상태가 심각하니 종합병원으로 가라’는 B소아과의원의 의사의 권유를 받고 같은 달 25. A병원에 입원하여 패혈증, 급성 간부전, 급성 신부전 등의 진단을 받고 요양하다가 상태가 위중하여 같은 달 30. 17:03경 C병원으로 전원하였으나 같은 날 20:00경 사망하였다.
나. 당시 망인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망인의 사인을 선행사인 ‘간부전’, 중간선행사인 ‘심정지’, 직접 사인 ‘호흡부전’으로 각 진단하였다.
다. 원고는 망인의 아버지로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피고는 2007. 4. 23. ‘망인이 재해 이전 업무와 관련 과로의 사실은 인정되나 재해 전 수행한 치과기공업무가 직업적으로 세균에 노출, 감염 위험성이 있는 업무가 아니었으며, 젊은 연령의 근로자에게 패혈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였다고는 보기 어려워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의 직업특성, 작업내용 및 작업장 환경상 작업자들이 세균에 노출, 감염될 위험이 상존하는 근로환경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망 직전 상당기간 업무량이 증가하여 업무상 과로가 누적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누적된 업무상 과로와 영양결핍 등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된 것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주된 발병원인에 겹쳐서 패혈증으로 진행되었다고 추정함이 경험칙상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4호증, 갑6, 7호증, 갑9호증의 1, 2, 갑10호증, 갑12호증의 1 내지 6, 을1호증의 1, 2, 을2호증, 을4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김XX의 증언 및 이 법원의 C 병원장, A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의 업무내용 등
(가) 소외 업체는 서울 XX구에 소재한 치과의원 5개소에서 의뢰하는 치과보철물(틀니, 금과 등)을 제작하는 사업장으로, 기공사 2명, 보조원 1명, 사무원 1명이 근무하고 있다.
(나) 망인의 업무는 보철물을 고속으로 회전하는 연마기계인 그라인더로 연마하여 일정한 형태로 완성하는 작업으로서, 치아보철물을 새롭게 제작하는 경우가 보통이나 때때로 기존 보철물을 보완, 수리하기도 하였다.
(다) 소외 업체의 작업장은 3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망인이 일하는 곳은 그 중 가운데 있는 작업실로 5, 6평 정도의 면적에 한쪽에만 작은 창문이 나있을 뿐, 나머지 3면은 밀폐되어 있는 공간으로서 송풍기나 공기청정기 등 환기시설이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라) 치과기공사의 작업내용이 주로 연마기로 보철물을 연마하는 것이거나 화공약품으로 이를 세척하는 것임에 반해, 작업장 실내는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금속가루나 먼지가 날리고 화공약품냄새가 심하게 났다.
(마) 치과의원이 소외 업체에 기존 보철물을 수리ㆍ의뢰하는 경우는 물론, 보철물을 신규로 제작ㆍ의뢰하는 경우에도 기존 보철물이나 구강을 본 뜬 모델을 소독하여 의뢰하지 아니하였고 또 소외 업체에서 따로 설비를 갖추어 소독처리하지도 않았다.
(바) 망인의 근무시간은 평일 9:00경부터 19:00경까지, 토요일은 9:00경부터 17:00경까지였으나 업무 특성상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아니하고 자주 초과근무를 하였다.
(2) 망인의 사망 전후의 상황
(가) 추석 명절(2006. 10. 5.~ 10. 8.)을 전후하여 보철물 제작의뢰가 늘어 망인의 업무량이 가중됨에 따라 망인은 사망 직전 주말인 2006. 10. 21. 혼자서 23:00경까지 작업하였고, 일요일인 2006. 10. 22.에도 출근하여 17:00경까지 작업하였다.
(나) 망인은 2006. 10. 23. 출근하여 작업 준비 중, 8:30경 갑자기 고열이 발생하여 9:30경 A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은 후 3가지 항목을 검사받도록 처방받았으나, 검사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검사받지 아니하고 귀가하였다.
(다) 그러나 망인은 같은 날 12:00경 고열이 더욱 심해져서 자택 근처 B소아과의원에 외래로 진찰받고 혈액검사를 실시한 후 처방에 따라 OOO방사선과의원에 가서 방사선촬영을 하고 귀가하였다.
(라) 다음날인 2006. 10. 24.에도 망인은 고열과 소화불량 등으로 출근하지 못 하고 11:30경 B소아과의원에 내원하자, ‘혈액검사결과 상태가 심각하니 종합병원으로 가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고 같은 달 25. A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패혈증, 급성 간부전, 급성 신부전 등의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던 중 상태가 악화되어 같은 달 30. C 병원으로 전원하였으나 같은 날 20:00경 사망하였다.
(3) 망인의 건강상태
(가) 망인은 술은 마시지 않았고, 매일 반 갑 정도 흡연을 하였다.
(나) 망인은 사망 당시 만 37세였고, 평소 키와 체중은 164cm와 64kg이었다.
(다) 망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6. 4. 7.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정상 B : 간기능관리, 건강에 이상이 없으나 식생활습관, 환경개선 등 자기관리 및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라) 한편, 망인은 2002. 12. 2.부터 2006. 9. 12.까지 16회에 걸쳐 급성 후두염, 상세불명 원인의 자극성 접촉피부염, 요로 감염, 상공막염, 홍채섬모채염 등의 세균성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4) 의학적 소견
(가) 피고 자문의사의 소견
1) 망인이 수행한 치과기공 업무가 직업적으로 세균에 노출, 감염 위험성이 있는 업무는 아니었다. 사망 전 3일 간 업무상 과로는 인정되나 (이러한 과로가) 젊은 연령의 근로자가 패혈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망인에게 패혈증을 일으킨 균주는 확인이 안 되었으나 비직업성 원인으로 인한 악화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2) 망인의 진료기록 검토상 재해발생 전부터 원인 모를 고열, 두통, 구토 등의 증상으로 병원에서 검사상 패혈증, 백혈구 감소, 간부전 등의 소견이 발생되어 가료 중 사망에 이른 경우로 이는 원인 모를 질병에 의한 악화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사료된다.
(나) 이 법원의 C 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1) 망인은 내원 당시 급성 간부전과 신기능 부전을 동반하고 있었고 대장출혈의 과거력과 의식장애도 보이고 있어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2) 간부전이란 이전에 건강하던 환자에서 간기능의 장애와 의식장애가 급격히 진행하는 병으로 적절히 대응치료를 하더라도 사망률이 85%를 넘는 위중한 병이다.
3) 급성 간부전의 원인은 버섯이나 민간요법, 약제 등에 의한 독성 간염, 바이러스 간염 등이 가장 흔하며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20~30%에 이른다. 급성 간부전은 대부분 건강하던 환자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으로 일단 급성 간부전이 발생하면 급성 신부전, 범발성 응고증, 혈압저하, 간성 혼수, 뇌부종, 세균 감염, 패혈증 등의 전신 증상이 흔하게 동반된다.
4) 기존 질환과 급성 간부전과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에 어려운 것으로 사료된다.
(다) 이 법원의 A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1) 위 병원에서 망인에게 진단한 진단명은 중증패혈증, 급성 호흡부전증후군, 급성 신부전, 간기능 부전증, 다발성 기관부전증이다.
2) 망인의 진단명인 패혈증은 미생물이 상피 세포층을 통과하여 조직으로 침범하게 되면 체내에서는 국소 및 전신반응이 일어난다. 이에는 발열 혹은 저체온증, 백혈구 증가증 혹은 백혈구감소증, 빠른 맥박, 빠른 호흡 등이 전신반응의 주요 증상이며 이를 전신 염증반응 증후군이라고 한다. 전신 염증반응 증후군은 감염성 요인뿐 아니라 비감염성 요인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이러한 전신 염증반응 증후군을 보이는 환자에서 감염의 증거가 있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를 패혈증이라 정의한다.
3) 패혈증은 어떤 종류의 미생물에 의해서도 유발 가능하다.
4) 패혈증이 발병하면 일반적으로 심폐합병증, 신장합병증, 응고장액, 신경학적 합병증이 그 속발증으로 나타난다.
5) 망인의 경우 세균동정(배양)이 되지 않아 원인균을 알 수 없다.
6)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과로 시에는 인체의 저항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반적인 세균감염만으로도 패혈증이 걸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지만 가능하다.
7) 건강검진시점이 발병 후 입원시점과는 6개월 정도의 시간차가 있으므로 당시 검진결과상 특이소견이 없다고 하더라도 발병 전 상당기간 과로가 있었다면 과로로 인한 면역기능이 저하상태가 패혈증의 발병원인, 즉 조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항이 정하는 업무상의 재해가 되기 위하여는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경우에도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에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두12642 판결, 대법원 1996. 9. 6. 선고96누6103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의 사망 직적 추석 연휴를 전후하여 보철물 제작의뢰 증가로 인해 업무량이 가중되어 망인은 2006. 10.초순부터 사망 직전인 같은 달 22.까지의 삼 주간 동안 평소보다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사망 직전 주말에도 휴식을 취하지 못 하고 같은 달 21.(토요일)에는 23:00경까지, 같은 달 22.(일요일)에는 17:00경까지 작업을 계속하는 등 그 피로가 상당히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기존 보철물이나 환자의 구강을 본 떠온 모델을 소독하는 설비가 갖추어 있지 아니하여 타액으로부터 세균감염 위험성이 있는 소외 업체의 작업장에서 망인이 장기간 근무한 점, ③ 망인은 나이도 젊고 비교적 건강한 체질이었을 뿐만 아니라, 패혈증을 유발할만한 어떠한 기존 질환도 없었던 점, ④ 망인의 주된 사망원인이 된 패혈증은 기존의 질병이나 기타의 사유로 신체의 저항력이 약해진 사람이 체내에 침입한 세균의 급속한 번식을 막지 못 함으로써 발병하는 질병으로 볼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망 직전 평소보다 과로한 사실이 있다는 것 이외에는 어떤 기존 질병이 있는 등(2006. 실시된 건강검진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다른 사정이 원인이 되어 신체의 저항력이 약해져 패혈증을 초래한 것으로 보지 않는 점(한편, 피고가 주장하는 망인의 세균성 질환이 패혈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망인이 자주 세균성 질환을 앓았다는 사실은 소외 업체의 작업환경이 세균감염 등의 위험에 취약하였던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⑤ 그런데,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과로 시에 인체의 저항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반적인 세균감염에 의하여서도 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일반적인 의견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⑥ 따라서, 비록 망인의 패혈증의 원인이 된 세균을 알 수 없어 그 발병경위를 정확히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발병 직전의 계속된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신체의 저항기능이 저하된 것이 주된 발병원인에 겹쳐서 패혈증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점(대법원 1992. 7. 24. 선고 92누5355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망인이 주된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패혈증에 걸려 사망하였다고 할지라도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망인의 신체의 저항기능이 저하된 것이 패혈증의 발병과 그 악화에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찬(재판장), 김태건, 송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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