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이루어진 퇴직금에 ...
- 번호
- 2009가단53945
- 일자
- 2010-03-02
사용자와 근로자가 퇴직금에 관한 합의 결과 도출된 액수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보장한 하한에 미달하는 금액인 경우 그 합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에 위반되어 무효이지만, 그 합의가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합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로 볼 수 없다.
【원 고】 서A
【피 고】 변B
【변론종결】 2009. 11. 16.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1,446,397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3. 5.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제2호증, 을가 제2호증, 제4
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04. 2. 23.부터 2009. 2. 18.까지 피고가 운영하는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에 있는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였다.
나. 원고와 피고는 2004. 8. 1. 강사 근무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근로조건을 정하면서, 퇴직금을 근무기간 1년에 대하여 1개월 급여 총액의 50%로 정하였다.
다. 원고는 2009. 2. 18. 위 학원에서 퇴직하였는데, 당시 2008. 5.부터 퇴직일까지의 임금 중 27,267,162원과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그리고 퇴직 직전 3개월 동안 원고의 30일분 평균임금은 2,836,050원이었다.
라. 원고는 이후 피고로부터 3,985,475원을 지급받았지만, 나머지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부산지방노동청장에게 위와 같은 임금 및 퇴직금의 체불에 관하여 진정하였다. 이에 부산지방노동청장은 2009. 4. 14. 체불금품확인원으로써 원고가 피고로부터 임금 23,281,687원(= 27,267,162원 - 3,985,475원) 및 퇴직금 14,164,710원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마. 피고는 2009. 4. 30. 원고에게 3,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바.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후인 2009. 6. 1. 미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이하 이러한 합의를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
① 지급할 금액은 퇴직시 합의한 금액 31,985,475원(체불임금 및 퇴직금 포함)에서 기지급된 금액 6,986,475원을 제한 25,000,000원으로 한다. 추후 이 금액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② 위 금액 지급방법은 이 사건 소송과 관련하여 원고가 근무한 ◇ 매출채권을 압류한 사건번호 2009카단8225 채권가압류를 2009. 6. 1. 취소하여 매출채권이 입금되는 날 위 약정금액 25,000,000원을 지급한다.
③ 위 금액의 지급은 원고, 피고가 매출채권이 입금되는 날 예상으로는 2009. 6. 3. 또는 4. 양일간에 서로 만나서 원고는 본건과 관련하여 제기된 소송의 취소를 위한 서류를 마련하여 입금과 동시에 서류를 법원에 제시하여 취소하기로 한다.
④ 상기 서류를 4부 작성하여 각자 1부씩 같기로 하고, 1부는 이 사건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제출하여 소송을 취하하고, 1부는 부산지방노동청 본 사건 관련한 근로감독관에게 제출한다.
⑤ 차후 본 사건과 관련하여 협의한 내용에 대하여는 원고는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 위의 약정된 약속을 어길 시 민·형사책임을 묻기로 한다.
⑥ 위 사건 취하에 따른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사. 피고는 이 사건 합의 후 원고에게 2009. 6. 8.에 9,000,000원, 2009. 6. 9.에 14,000,000원, 2009. 7. 29.에 2,000,000원을 각 지급하여 합계 25,000,000원을 지급하였다.
2. 판단
가.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액수
(1) 법규상 액수
원고가 퇴직 당시 지급받지 못한 임금이 27,267,162원인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주1), 제5호(주2), 제8조(주3)에 따르면,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하고, 사용자가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근로자는 최소한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에 따르면, 원고의 계속근로기간은 2004. 2. 23.부터 2009. 2. 18.까지 1,823일이고, 평균임금은 2,836,050원이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인정하는 원고의 퇴직금의 하한은 14,164,710원(= 1823일/365일 × 2,836,050원)이다.
그러므로 원고가 퇴직 시 받지 못한 임금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의 합계는 41,431,872원(= 27,267,162원 + 14,164,710원)이고, 퇴직 후 피고로부터 31,985,475원(= 3,985,475원 + 3,000,000원 + 25,000,000원)을 지급받았으므로, 아직 그 중 9,446,397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2) 이 사건 합의상 액수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에서 원고와 피고는 임금 및 퇴직금 잔액으로 25,000,000원을 수수하기로 하였고, 그 후 25,000,000원을 실제로 수수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임금 및 퇴직금을 모두 지급받았다.
나. 이 사건 합의의 효력
위와 같이 법이 인정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권은 아직 일부 변제되지 않았지만,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합의에 의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권은 모두 변제되었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권의 존부는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한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한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1)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퇴직금 급여에 관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규정은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액의 하한을 규정한 것이므로, 노사간에 급여의 성질상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하는 평균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급여를 퇴직금 산정의 기초로 하지 않기로 하는 별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 그 합의에 따라 산정한 퇴직금액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보장한 하한을 상회하는 금액이라면 그 합의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 그 합의에 따라 산정한 퇴직금액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보장한 하한에 미달하는 금액이라면, 그 합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다25113 판결 참조). 하지만, 사적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법제에서 위와 같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보장한 하한의 퇴직금을 강제하는 취지는 사용종속관계로 인하여 열세에 있는 근로자의 퇴직금지급청구권을 보호하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인데, 근로관계가 종료되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종속적 관계는 해소되므로 다시 사적자치의 원칙으로 돌아오게 되고,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퇴직금을 위 법이 보장한 하한에 미달하는 금액으로 합의한 경우에는, 그 합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무효로 볼 수 없다.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는 미지급 임금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한 퇴직금의 합계보다 적은 금액을 임금 및 퇴직금의 잔액으로 수수하는 약정이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보장한 하한에 미달하는 액수를 퇴직금으로 정한 것으로 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건 합의가 원고의 퇴직 후에 이루어진 것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지체한 점 및 이 사건 합의상 액수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반하는 당초 강사 근무 계약서상 퇴직금의 산정방법을 바탕으로 정해진 점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가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원고는 변호사인 소송대리인에게 위임하여 미지급 임금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기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합의에 이른바, 그렇다면 위 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퇴직금의 액수 등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이를 무효로 볼 수 없다.
(2) 피고의 지체로 인한 무효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에서 피고는 원고가 2009. 6. 1.경 가압류를 취하 또는 그 집행을 해제하면 곧바로 원고에게 25,0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원고에게 2009. 6. 8. 9,000,000원, 2009. 6. 9. 14,000,000원, 2009. 7. 29. 2,000,000원을 지급한바, 이러한 지급, 특히 2009. 7. 29.의 지급은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시기보다 늦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채무의 지급을 지체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의 기망에 의하여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그리고 이 사건 합의 ⑤항과 같이 약속을 어길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한 바 있지만, 그 ①항과 같이 추후 금액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⑤항과 같이 약정한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변제기를 어긴 경우 이 사건 합의를 무효화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이행을 지체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합의는 유효하므로,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의 임금 및 퇴직금이 변경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 합의로 원고와 피고는 남은 임금 및 퇴직금을 25,000,000원으로 정하였고, 피고가 원고에게 25,000,000원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채무는 남아있지 않다.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류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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