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공무원 채용계약 해지의 적법 여부...
- 번호
- 2009누25066
- 일자
- 2010-07-26
공무원 채용계약의 존속 중에 공무원이 그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만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채용계약의 해지가 무효라고 판단하고, 공무원에게 해지 이후에 발생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한 사례
【원고, 항소인】 김○○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09. 7. 23. 선고 2009구합2290 판결
【변론종결】 2010. 3. 25.
1. 이 법원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청구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81,935,8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9. 26.부터 2010. 3. 11.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
2.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원고는, 피고가 2008. 11. 7. 원고에 대하여 한 채용계약 해지에 대한 무효확인을 청구하다가 이 법원에서 미지급 급여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 소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다).
이 판결 이유의 목차는 아래와 같고, 그 중 1항부터 2의 다항까지 부분에서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중 해당 부분(제2쪽 4째줄부터 제12쪽 끝줄까지)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하고, ‘2의 라’항 이하를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라. 판 단
(1) 작품수집지침 제4호 및 제8호 위반 여부
위 인정사실과 같이 원고가 2005. 5. 30. 리치몬드사에게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사건 미술품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 사건 공문을 보낸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원고는 위 공문에서 위 미술품에 대한 진위 확인과 아울러 가격협상이 선행되어야 함을 조건으로 제시하였던 점, 이 사건 공문의 내용에 비추어 국립현대미술관이 향후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거나 어떠한 법적인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닌 점, 이미 리치몬드사는 2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2005. 5. 31.까지 이 사건 미술품의 구입 여부를 알려달라는 통지를 하였는데,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위 작품을 구매할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만일 원고가 이 사건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면 리치몬드사는 원고와의 교섭을 포기하고 다른 미술관 등에 위 작품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할 필요가 있었던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작품 수집의 가부를 미리 약속’한 것이라거나 ‘최종 수집결정 이전에 심의결과 및 내용을 외부에 유출’시킨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미술품에 대한 제안가격 및 구입가격 결정상의 잘못 여부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미술품의 가격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거쳐 작품수집심의위원회에 제안가격을 상정하고 구입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작품수집지침 제2호가 “제안권자 및 추천위원은 수집작품의 제안 및 추천시 작품성, 시장가격, 진위여부, 작품이력 등을 충분히 조사하여 심도 있는 심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심의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는 이 사건 작품에 대한 심의자료로 객관적인 거래가격이나 거래사례를 제시하지는 않고 뒤샹과 여행용 가방에 관한 문헌자료 및 뒤샹의 다른 작품들이 미술품 경매를 통해 거래된 사례만 제시한 사실, 조각분과심의위원회가 미술관장은 위 미술품을 적정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가격협상을 해줄 것을 결정하자, 원고는 리치몬드사에서 당초 제시한 이 사건 미술품의 가격을 일정 비율 감액해 달라는 취지로 몇 차례 요청을 하였고, 이에 리치몬드사가 매도 가능한 최저가격을 다시 제시하여 원고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위 미술품의 가격이 결정된 사실은 인정된다[증거 : 갑 5호증, 갑 14 내지 26호증, 갑 28 내지 34호증, 갑 38호증, 갑 49 내지 54호증(일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
따라서 위와 같은 심의의 경과와 가격결정 과정에 비추어, 원고가 제시한 심의자료가 위 작품수집지침 제2조가 요구하는 정도에 충분히 부합하고 최종 구입가격도 객관적으로 적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미술품의 수집여부에 대한 심의 및 구입가격의 결정과정에서 원고가 그 임무를 소홀히 하거나 규정을 위반하는 등 뚜렷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① 이 사건 미술품과 같이 전세계적으로 수량이 한정되어 있고,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예술성과 보존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의 차이가 있는 예술품의 가격을 객관적이고 일률적으로 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② 외국에서 뒤샹의 ‘여행용 가방’ 시리즈의 작품이 미술품 경매를 통하여 일부 거래된 사례가 있기는 하나 이 사건 미술품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 거래된 사례는 발견되지 아니하고, 뒤샹의 작품은 국내에는 단 한 점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이 사건 미술품은 오로지 단 한 점뿐이므로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으며, 전문가의 시가감정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갑 44호증의 1, 2)].
③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4호는 “제1호 내지 제3호의 규정에 의한 가격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감정가격, 유사한 물품.공사.용역 등의 거래실례가격 또는 견적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예정가격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10조가 위 견적가격을 “계약상대자 또는 제3자로부터 직접 제출받은 가격”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미술품에 대한 감정가격, 유사한 거래실례가격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계약상대방인 리치몬드사로부터 직접 제안 받은 견적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④ 게다가 구입 작품의 적정가격을 산정하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 전체심의위원회의 업무로서 오로지 원고에게만 이 사건 미술품의 가격결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갑 3호증,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집 및 관리규정 제12조 제1항 제2호).
(3)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49조의 위반 여부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리치몬드사로부터 이 사건 미술품을 구매함에 있어 리치몬드사가 작품 소장자인지, 아니면 구입계약 체결 대행사에 불과한지 그 실체에 관하여 분명하게 파악하지 아니하였고, 위 미술품의 거래가 오로지 서신 교환 및 우편을 통해서만 이루어졌으며, 그 서신에도 메일주소나 전화번호와 같은 연락처가 명기되어 있지 아니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리치몬드사는 뉴욕주에 사무소를 둔 회사로서 법인등록이 되어 있어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해외에 있는 미술작품의 거래에 있어서는 작품 소장자의 지위나 자격보다는 작품의 진위와 출처, 전시경로가 더 중요하고(리치몬드사에게 이 사건 미술품을 매도할 법적인 권한이 있었다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또한 구입비용 절감 등을 위해서 직접적인 대면계약 대신 우편 거래를 하는 것이 상당히 일반화된 것으로 보이는 등 해외 미술품 거래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는 점, 원고가 이 사건 미술품의 거래과정에서 뒤샹 작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나○○ 박사로부터 위 작품이 진품임을 확인하는 내용의 서신을 받은 점, 비록 우편을 통하여 거래되기는 하였으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이 사건 미술품을 매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그동안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한 미술품의 매입이 부적절하다고 지적된 바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49조 제3항도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서식에 의하기가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따로 이와 다른 양식에 의한 계약서에 의하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계약서 양식에 대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단지 원고가 이 사건 미술품의 계약에 있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49조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관세법 위반 여부
이 사건 미술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원고의 요청으로 최종적인 구입계약체결 이전에 위 미술품이 국내로 반입되어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되었는데, 그 통관 과정에서 세관장에게 신고가 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된다[증거 : 을 1, 8, 9호증의 각 기재]. 그러나 이 사건 미술품은 세율이 0%인 무관세 품목으로서 굳이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세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위임 전결 규정상 작품의 운송 및 통관은 학예실장의 전결사항인 점, 비록 위 미술품의 통관과정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확인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다소 부적절한 업무처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술관장인 원고에게 곧바로 관세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인정된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관세법위반죄의 죄책을 묻기는 어렵다.
(5) 이 사건 채용계약의 기초가 된 신뢰관계의 파괴 여부
피고는 앞서 든 여러 사유를 들어 원고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가 정한 법령의 준수 및 성실의무를 위반하였고, 또 계약직공무원규정 제7조 제4호가 정한 복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이로써 이 사건 채용계약의 기초가 된 신뢰관계가 파괴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채용계약과 같은 계속적 계약은 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를 그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당해 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의 일방이 그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상대방은 그 계약관계를 막바로 해지함으로써 그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킬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두5948 판결).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서 이 사건 미술품을 구입함에 있어 통관절차에 다소 부적절한 업무처리가 된 것을 미리 막지 못한 점 정도를 제외하고는 달리 비난할 만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국가공무원법이나 계약직공무원규정이 정한 복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채용계약 해지는 그 효력이 없다[한편 원고는 이 사건 미술품 구입계약이 국가계약법 적용 대상이 아닐뿐더러, 피고가 이 사건 채용계약해지의 근거로 제시하는 계약직공무원규정 제7조 제4호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에 관한 판단은 제1심이 설시하는 바와 같으므로 그 해당 부분인 제1심판결문 중 2. 라.(2), (6)항을 인용하기로 한다].
(6) 피고의 보수지급의무
위 인정과 같이 이 사건 채용계약의 해지가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해지 이후 계약기간 만료시까지의 약정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바, 원고가 보수를 지급하지 못한 2008. 12.부터 2009. 9.까지의 급여가 합계 81,935,800원(8,193,580원×10월)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액 및 이에 대하여 위 기간 중 원고가 구하는 최종 보수지급일의 다음날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2010. 3. 10.자) 부본 송달일임이 기록상 분명한 2010. 3. 11.까지는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원고가 당초 청구하던 채용계약해지 무효확인의 소는 이 법원에서 이루어진 소의 교환적 변경으로 취하되어 이에 대한 제1심 판결은 실효되었다),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병대(재판장), 이주헌, 이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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