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실명 거론한 해고된 근로자의 피켓시위는 모욕죄가 아니다...
- 번호
- 2011고정7689
- 일자
- 2012-10-17
【피고인】1. ○○○ 2. ○○○ 3. ○○○
【검 사】○○○(기소) ○○○(공판)
【변호인】변호사 장○○(피고인 모두를 위한 사선)
피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공소사실
피고인 ○○○은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 농협중앙회 지부장이고, 피고인 ○○○는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이고, 피고인 ○○○는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 상근자이다.
피고인 ○○○은 2011. 6. 3.경 서울 중구 충정로1가 75번지 농협중앙회 본점 앞에서, 피고인들이 농협전산사고 관련 피켓시위를 하던 중 피고인 ○○○이 농협중앙회 5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열린음악회 행사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기 위해서 집회신고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피해자 ○○○가 피고인 ○○○의 처인 ○○○이 근무하는 농협중앙회 수도권업무지원센터를 찾아가서 집회를 열지 않게 말려달라고 부탁을 한 사실에 불만을 품고 피해자가 근무하는 농협중앙회 본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기로 마음먹고, ‘인간의 탈을 쓰고 가족까지 괴롭히는 ○○○ 인사부장 제정신인가’라고 기재된 피켓을 만들어 그 곳을 지나가는 농협중앙회 직원 및 행인 등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줌으로써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피고인들은 이를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1. 7. 14.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가타이 총 13회에 걸쳐 범죄일람표 가담자란에 기재된 바와 같은 피고인들이 혼자서 또는 서로 번갈아 가며 위 피켓을 들고 농협중앙회 본점 앞에서 그 곳을 지나가는 농협중앙회 직원 및 행인 등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줌으로써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2. 판단
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 ○○○은 2010년 가을경부터 농협중앙회 본점 앞에서 농협중앙회로부터 부당해고되었음을 주장하면서 1인 시위를 해오다가, 2011. 4. 19.경부터는 부당해고 및 농협중앙회 전산사고와 관련한 1인 시위를 하였다.
(2) 피고인 ○○○의 처 ○○○은 같은 농협중앙회 직원으로 수도권업무지원센터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농협중앙회는 피고인 ○○○의 시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2010. 10.경에는 인사부 소속 직원 ○○○가, 2011. 5. 26.에는 인사부 소속 직원 ○○○와 ○○○이 ○○○을 찾아가 피고인 ○○○의 시위를 만류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은 매번 ‘남편 일은 남편과 상의하고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3) 농협중앙회는 2011. 6. 2.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는데 피고인 ○○○이 같은 날 열린음악회 행사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농협중앙회 인사부장인 ○○○가 2011. 6. 1. 다시 ○○○을 찾아가 ○○○에게 ‘피고인 ○○○이 시위를 중단하도록 설득을 해야 하지 않느냐, 피고인 ○○○이 농협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데 그냥 있다는 것은 ○○○이 책임자로서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이 센터에서 일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다른 불이익이 발생하면 되겠느냐’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4) ○○○은 2011. 6. 1. 당시 ○○○와 초면이었고, ○○○와의 면담 후 신경정신과 병원에 내원하여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5) 피고인 ○○○은 2011. 6. 1.경 ○○○으로부터 ○○○와의 면담 사실을 전해 듣고 같은 달 3부터 같은 해 7. 14.까지 총 13회에 걸쳐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피켓을 만들어 1인 시위를 하였고, 한편, 피고인 ○○○와 ○○○는 이전부터 농협중앙회 본점 앞에서 또 다른 이유로 1인 시위를 해 오다가 이 사건 각 공소사실 일시에 피고인 ○○○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 사건 피켓을 대신 들어주었다.
나.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피고인 ○○○이 이 사건 피켓 시위를 시작하게 된 동기에 관하여 보면, 농협중앙회 인사부 직원이 2010. 10.경과 2011. 5. 26.경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위 피고인의 시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위 피고인의 처 ○○○을 찾아가 위 피고인의 시위를 만류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때 ○○○이 남편의 일로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2011. 6. 1.에는 인사부 책임자인 부당 ○○○가 직접 ○○○을 찾아가 ○○○에게 피고인 ○○○의 시위를 중단시키지 못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는바, 그러한 취지의 ○○○의 말은 ○○○에게 상당한 압박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고(실제 그로 인하여 당일 ○○○이 불안장애로 치료를 받았다), 이를 전해들은 피고인 ○○○이 그 간의 부당함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나아가 장래에 더 이상 자신의 일로 ○○○을 압박하지 말라는 경고 차원에서 이 사건 피켓 시위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이 사건 피켓에 적힌 표현(‘인간의 탈을 쓰고 가족까지 괴롭히는 ○○○ 인사부장 제정신인가?’) 자체는 모욕적인 언사이기는 하나, 피고인 ○○○과 ○○○이 느꼈을 부당함과 압박감에 대한 항의 내지 경고 차원으로서는 그 표현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고, 특히 ‘가족까지 괴롭히는’이라는 표현은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객관적 사실에 크게 벗어난 표현도 아닌 점, ③또한 농협중앙회 본점 앞에서 이 사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것으로 그 시위 방법에 있어서도 상당성을 벗어난 바도 없는 점, ④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인사부 소속 직원들에게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시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11. 6. 1.에는 인사부 책임자인 부장 ○○○가 직접 찾아왔던 것으로, 그 이후에는 피고인 ○○○과 ○○○으로서는 이 사건 피켓 시위 외에 달리 ○○○에 대한 압박을 막을 다른 수단이나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즉 인사부장인 ○○○가 농협중앙회를 위하여 피고인 ○○○의 집회를 막으려고 한 것이므로 농협중앙회 본사를 통하여 이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봄이 상당하다), ⑤피고인 ○○○, ○○○의 경우, 피고인 ○○○과 같은 장소에서 1인 시위를 해오다가 피고인 ○○○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 사건 피켓을 대신 들어준 것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들의 각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류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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