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도안

판례

노조활동 자제대가를 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한 사안에서 공갈...

번호
2013고단339
일자
2013-12-30

【피고인】 A

【검 사】 이○○(기소), 김○(공판)

【변호인】 변호사 박○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87. 4. 1. 울산광역시 울주군 ○○면 ○○리 ○○에 있는 피해자 B 주식회사 생산사원으로 입사하여, 1993. 11.경부터 1998. 2.경까지 말레이시아 주재원으로, 1999. 3.경부터 2010. 10.경까지 중국 천진에서 주재원으로 각 근무하다가 2012. 6. 27. 위 회사에서 징계 해고된 자이다.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 국내로 발령하여 줄 것을 수 회 신청하였음에도 이를 받아주지 않자, 소속 직원이 노사 간의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 담당 임원이 징계를 받고 정상적인 회사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국내복귀를 하지 않는 대신 임원들을 협박하여 피해자 회사로부터 금원 등을 갈취할 것을 마음먹었다.

가. 피고인은 2010. 4. 6.경 중국 무천구에 있는 일선과학공업원 천진 C 유한공사 사무실에서, B 인사팀 D 상무와 면담을 하던 중 ‘해외법인 현지화 전략에 따른 해외 주재원의 최소화’ 방침에 의해 D로부터 국내로 복귀하도록 인사 발령이 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피고인은 “국내에는 노동운동을 하는 많은 동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내가 국내에 복귀하면 노동운동을 하여 노사 간의 분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 회 국내 발령이 무산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결국 마찬가지일 것이니 차라리 퇴직 후 가족들이 함께 미국에서 살 수 있도록 정착비 등 명목으로 10억 원을 주든지, 딸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므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국내가 아닌 멕시코법인에 주재원으로 발령을 내어 달라. 주재원이 된다면 보상금 명목으로 3억 원도 괜찮다. 당신이 나의 파괴력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회사에 보고를 하면 들어줄 것이다.”라고 말하여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노사 간 분쟁을 야기할 것처럼 위 D를 협박하여 피해자 회사로부터 위 금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갈취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회사에서 이에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나. 피고인은 2010. 4. 29.경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상호불상의 식당에서, 위 D 상무에게 “노사협의회 위원장 출신은 10억 원 정도를 받고 퇴직을 하는데, 멕시코 법인의 주재원 2년을 보장하고 3억 원이 가능한가.”라고 물었고, 이에 D 상무가 “회사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거절하자 “처음부터 5억 원은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위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더 이상 협상은 없다. 내가 국내에 발령이 나면 회사가 뒤집어질 것이다.”라고 협박하여 제1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위 금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갈취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회사에서 이에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다. 피고인은 2010. 7. 12 제1항의 장소에서, B 인사팀 E 부장과 면담을 하던 중 E부장에게 “D 상무에게 멕시코 주재원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거절하였고, 국내에 복귀하여 노동조합을 설립하겠다고 했더니 마음대로 하라고 하던데, D 상무가 나를 과소평가 하는 것 같다. 그대로 해주겠다. 미국에서 살려면 최소한 10억 원은 있어야 한다.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을 때까지 주재원 신분을 보장해 달라. 내가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라고 협박하여 제1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위 금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갈취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회사에서 이에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라. 피고인은 2012. 4. 3. 부산광역시 ○○○구 중○동 ○○에 있는 ‘F ’에서, B 울산지원 센터장 G 상무에게 “내가 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었으니 향후 노동조합은 내가 주도적으로 설립할 수 있다. 내가 이 상황에서 퇴사하면 직원들은 내가 10억 원은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니 나도 제대로 받아야겠다. 내가 노조위원장이 되면 회사에서는 돈이 더 들 것이다. 10억 원을 주든지 멕시코 법인의 주재원 2년을 보장하고 5억 원을 달라.”라고 협박하여 제1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위 금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갈취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회사에서 이에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마. 피고인은 2012. 5. 4. 부산광역시 ○○구에서 같은 시 ○구 초량3동에 있는 부산역으로 이동 중인 피고인의 승용차 안에서, 위 E 상무에게 “목적을 위해서 목숨 걸고 하면 나를 당할 자가 없다. 오늘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해보고 안 되면 치워버리고 내생각대로 가겠다. 미국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멕시코 법인 주재원 2년을 보장하고 5억 원을 달라. 퇴직할 때 과장 직급 정도는 되어야겠다. 요구조건을 들어주면 노동조합에 관심있는 직원들을 정리해주고 퇴사하겠다.”라고 협박하여 제1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위 금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갈취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회사에서 이에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2. 피고인의 주장

D 상무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먼저 돈 이야기를 꺼내서 시작되어 E, G에 이어져 서로 의중을 떠보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결코 협박을 한 것이 아니다.

피해자 회사 측이 무노조 경영을 선언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려는 사람들과 돈거래를 수없이 하였던 사실이 있으며, 이들도 피고인에게 바로 이러한 식의 접근을 하면서 이 사건을 일부러 만들어 낸 것이다.

H의 검사 작성의 진술조서에 의하면 이 사건의 고소 경위에 대하여 “피고인이 울산지법에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서 고소했다”고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는바, 해고무효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들고, 1인 시위를 그만두게 할 목적으로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제기하였다.

3. 판단

강요죄나 공갈죄의 수단인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고,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하여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709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등 참조).

한편,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헌법 제33조 제1항)을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는 것이 공갈의 수단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근로자 전체의 근로조건의 개선이 아니라 개인적인 요구조건의 관철을 위하여 노조활동을 이용하는 경우, 일부 불법적이고 파괴적인 노조활동이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또한 예외적으로 공갈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개인적인 요구조건의 총화가 근로자 전체의 근로조건이 될 수 있는 특성, 근로자의 진정한 노조활동 의사 유무와 노조활동 상황, 회사의 노조활동에 대한 인식과 대처 방식,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의 행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이 내 건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노조활동을 통하여 피해자 회사나 노무를 담당하는 자들에게 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였다는 취지의 증인 D, E, G, H의 이 법정에서의 증언,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노조활동 등으로 인하여 문제사원(증거기록 143면 참조, 피해자 회사의 내부 보고문서에 “MJ人力 A”으로 표시됨)으로 분류된 피고인을 희망퇴직시키는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의 필요에 따라 피해자 회사가 먼저 희망퇴직의 조건을 제시하였거나 양측 사이에서 희망퇴직의 조건에 관하여 교섭하면서 자연스럽게 금액이나 조건에 관하여 언급되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② 노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노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위협을 느꼈다고 하나, 공소장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요구조건은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한 것이고, 노무담당 직원으로서는 노무관리가 그 본연의 업무인 것이며, 노무관리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뿐만 아니라 승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직원들이 특별히 위협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③ 피고인의 처음의 주된 요구는 장기간의 해외파견근무 대신 국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것이었고, 피고인이 1987년 노동조합 설립에 주도적으로 관여할 즈음해서 피해자 회사 말레이시아 법인으로 전출되었으며 이후 비정상적으로 장기간 해외파견근무를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노조활동과 결부시켜 희망퇴직의 조건으로 다소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 협상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장기간의 해외근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조건을 제시하고, 유리한 협상에 이르기 위하여 그와 같이 한 것으로 보일뿐,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그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보태어 보더라도 합리적 의심없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론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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