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도안

판례

기고문 게재를 이유로 이루어진 전보발령은 업무상 필요성 정...

번호
2016가합111648
일자
2017-05-22

【원 고】 정○○

【피 고】 ○○○○공사

【변론종결】 2017. 3. 10.

1. 피고가 2016. 7. 15. 원고에 대하여 한 인사발령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국가기간방송으로서 국내외에 대한 방송의 실시와 방송문화의 보급 및 이에 수반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09. 2. 1. 피고에 일반직 기자로 입사한 후 2016. 3. 4.부터 수원시에 있는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경인방송센터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이 사건 기고문의 게재

원고는 2016. 7. 13. 한국기자협회보에 <침묵에 휩싸인 KBS … 보도국엔 ‘정상화’ 망령>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이하 ‘이 사건 기고문’이라 한다)을 게재하였는데, 위 기고문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전 보도국장 간의 통화 사실에 대해 피고가 보도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피고와 피고의 간부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인사발령

피고는 2016. 7. 15. 원고를 대상으로, 2016. 7. 18.부터 2016. 9. 3.까지는 제주방송총국으로 파견을 명하고, 2016. 9. 4. 제주방송총국으로 전보를 명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관련 규정

피고의 인사규정, 피고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 있는 부분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부터 4, 13, 14, 16, 17,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인사발령은 원고를 제주방송총국으로 전보시켜야 할 업무상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형식상 업무상 필요를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기고문의 게재에 대한 보복행위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의 인사규정이나 단체협약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피고는 원고가 파견·전보될 경우 받게 될 생활상의 불이익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였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넘어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여 무효이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제주방송총국에 근무하고 있었던 염○○ 기자를 서울 근교로 배치하여야 할 ‘업무상의 필요’로 이루어진 것이고, 인사규정이나 단체협약, 인사기준에 반하지 않는다. 나아가 원고는 제주방송총국에 파견된 직후 사택을 제공받으면서 여전히 기자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인하여 과도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인사권의 정당한 행사로서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라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7누5435 판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 참조). 즉 인사발령이 그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다른 부당한 동기·목적을 가지고 인사발령이 이루어졌거나 인사발령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넘게 되거나 인사발령 대상자의 선정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 인사발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범위를 일탈·남용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인사발령의 무효 여부

1)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는지

피고의 보도본부는 2016. 5. 12. 내부 게시판에 ‘인력 교류 차원에서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제주방송총국과 원주지국 근무희망자를 공모한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게재하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5부터 10, 을 6, 7, 10, 12, 13(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피고의 업무상의 필요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원고의 이 사건 기고문 게재를 이유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인사발령 직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기자협회 등 언론인 단체가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피고의 보도본부 국·부장단 31명은 2016. 7. 18. 위 성명에 대하여 ‘무엇이 부당인사입니까? 외부 매체에 황당한 논리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기고를 하고서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까?’라는 취지의 반대성명을 발표하였다. 보도본부 국·부장들은 피고의 위임규정에 따라 직원에 대한 인사내신권, 소속직원의 복무관리, 출장 및 복명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바(피고는 보도본부장이 최종 결재자로 되어 있는 각 인사내신서 내용을 들어 관행적으로 국·부장이 아닌 보도본부장이 일반 직원에 대한 인사내신권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하나, 각 인사내신서의 우측 상단을 보면 팀장이나 부장도 인사내신서에 관여하여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반대성명 내용은 이 사건 인사발령의 직접적인 이유가 이 사건 기고문의 게재였고 그에 대한 징계를 대신하여 이 사건 인사발령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② 전보·전직처분 사유가 되는 ‘업무상의 필요’는 ‘전보·전직처분 자체의 필요’뿐 아니라 ‘특정인을 전보·전직처분의 대상으로 선정하여야 할 필요’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피고는 제주방송총국에 피고의 기자들 중 원고를 파견·전보하였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주장·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피고는 원고가 경인방송센터에서 유일한 미혼 남성 기자였기 때문에 원고를 선택하였다고 주장하나, ㉠ 제주방송총국에 파견·전보될 사람이 반드시 경인방송센터 근무자 중에서 선택되어야 할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는 통상적으로 성별이나 혼인 여부보다는 인사규정 및 인사기준상 기준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인사규정이나 인사기준의 취지에 반하여 원고를 인사대상자로 선정한 점, ㉢ 원고가 미혼 남성이라는 사정은 업무상 필요와는 무관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피고의 인사규정 제16조 제1항은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이상 임명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전보명령을 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인사발령은 원고가 경인방송센터에 전보된 지 불과 4개월 남짓 만에 원고를 제주방송총국에 ‘파견’하고, 만 6개월이 되는 2016. 9. 4. 원고를 제주방송총국에 ‘전보’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위 인사규정 조항을 의도적으로 잠탈하는 것으로 보인다(피고는 원고 이외에도 피고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인사규정 제16조 제1항에 의한 전보명령 제한을 받는 기자들에 대하여 파견명령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피고가 제시하고 있는 파견명령 사례들을 살펴보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지역총국으로 파견 발령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④ 특히 피고는 2015. 12. 24. ‘2016년도 정기순환전보 실시계획 통지’를 통하여 ‘입사 후 7년 이내에 지역근무 경험이 없는 자’를 ‘본사→지역’ 방향의 전보대상으로 한다는 기준을 공표한 바 있는데, 원고는 이미 2012. 11. 1.부터 2013. 11. 3.까지 광주방송총국 순천국에서 순환근무를 한 바 있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위 인사기준에도 반한다(피고는 위 인사기준이 ‘정기순환전보’에만 적용되는 것으로서 ‘수시전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나, ‘수시전보’에 대한 별도의 인사기준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위 인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시전보’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 피고가 ‘수시전보’를 통하여 위 인사기준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2) 업무상 필요가 생활상의 불이익을 초과하는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발령을 전후하여 원고의 신분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그 전후를 비교하였을 때 원고의 직급 또는 급여에서 불이익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해야 할 업무상의 필요를 인정하기 어려운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18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경우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제주도에 근무하게 됨에 따라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원고는 경인방송센터 근무 당시 서울 도봉구에 있는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거주하였다), 새로운 인적·지리적 환경에 적응하여야 하는 상당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입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원고가 입게 된 생활상의 불이익은 피고의 업무상의 필요를 현저히 초과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인사발령에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앞서 본 바와 같이 다른 지역으로 전보하는 인사발령은 인사 대상자의 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 사건 인사발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형량해 보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업무상 필요성보다 그에 따른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인사권자는 가급적 근로자가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보처분을 하고, 통상의 기준에 어긋나는 전보처분을 하게 될 경우에는 인사 대상자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거나 인사 대상자에게 사전 통지를 해 주는 등 이 사건 인사발령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는 인사규정이나 인사기준에 반하여 원고로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내용으로 인사발령을 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도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사전 협의나 통지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 즉 피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내림에 있어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4) 앞서 본 이 사건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 정도,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 및 이 사건 인사발령에 있어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위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사용자가 가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이 사건 인사발령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4. 결론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김도현(재판장), 서청운, 나재영

출처: 원본 자료실에서 보기 ↗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구체적 사안은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