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인력파견업체로부터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공급받아 사용했...
- 번호
- 2017고단1213
- 일자
- 2017-11-19
【피고인】 이○○
【검 사】 장○○(기소), 서○○(공판)
피고인은 무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시 ○○면에 있는 제조업체 ○○화학의 대표이사이다.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아야 하고, 누구든지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을 고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15. 1. 1.경 ○○화학에서, 인력파견업체인 D의 양○○으로부터 취업할 수 있는 적법한 체류자격이 없는 타이 국적의 △△△를 알선받아 시급 5,580원 및 수당 등을 지급하면서 2015. 1. 1.경부터 같은 해 2. 12.경까지 고용한 것을 비롯하여 2015. 1. 1.경부터 2016. 8. 22.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적법하게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 40명(이하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이라고 한다)을 고용하였다.
2.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들을 고용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출입국관리법은 제94조 제9호에서 “제18조 제3항을 위반하여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을 고용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제18조 제3항에서 “누구든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지 아니한 외국인을 고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취업과 관련하여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는 국내 취업을 통한 외국인의 불법 체류를 억제함으로써 외국인의 출입국관리행정의 적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라 할 것이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자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민법상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 면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외국인 체류관리 등의 적정을 도모하기 위한 출입국관리법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의 보장과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과는 그 입법목적이 다르고,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벌법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3항에서의 ‘고용’의 개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의 개념과 같이 넓게 해석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운영하는 ○○화학은 양○○이 운영하는 근로자 파견업체인 D와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D로부터 화장품 용기의 포장업무 등에 필요한 인력으로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공급받았을 뿐이고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어떠한 형식의 계약도 체결한 바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고용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① D는 정식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아 설립된 독립된 법인이고 그 이름으로 모집한 외국인 근로자를 ○○화학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에도 공급해 온 점, ② ○○화학은 매달 10일 D에 한 달 동안 공급받은 외국인 근로자의 수, 근로시간 등을 계산한 인건비(4대 보험료, 관리비 이윤 포함)에서 통근버스 사용료를 공제한 비용을 합산하여 총액으로 지급하면서 D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고, D는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그 비용에서 4대 보험료, 관리비 및 일정 비율의 수수료 등을 공제한 월 급여를 자체적으로 작성한 급여명세서와 함께 개별적으로 직접 지급한 점, ③ D는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월 급여에서 공제한 점, ④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결근이나 근무태도의 불량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D는 ○○화학의 요청에 따라 추가 또는 대체 인력을 공급하는 등 인력의 수급과 관리 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D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하여 ○○화학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화학과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으로라도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2다178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① D는 ○○화학에서 필요로 하는 근로자를 그 인원수만 맞추어 공급하였을 뿐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이 담당할 구체적인 업무에 관여하거나 그에 따른 독자적인 직무교육, 업무지시 등을 하지 않은 점, ② ○○화학은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주로 화장품 용기 포장업무 등에 배치하고 그 업무에 관한 교육은 물론 작업시간의 관리와 근무태도의 점검 등 업무상 전반적인 지휘·감독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 결과 ○○화학 측에서 업무능력이 떨어지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외국인 근로자의 교체를 요청하면 D는 곧바로 대체 인력을 공급하여 준 점, ④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이 담당한 화장품 용기 포장업무는 별도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가 아닌 점, ⑤ ○○화학은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작업에 필요한 설비나 도구, 작업복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와 ○○화학 사이에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이 체결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이 ○○화학의 직접적인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하여 온 것이므로,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은 ○○화학과 사이에서 파견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라. 나아가, ① 피고인은 2011년경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불법 체류 외국인 고용으로 단속을 당하자 외국인 근로자의 직접고용으로 인한 처벌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2013. 4.부터 정식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은 D와 도급계약의 형식을 취하여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받아 온 점, ② 그 당시 D는 ○○화학에 취업활동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하였고 그때마다 해당 외국인의 개인정보와 함께 취업비자를 제공했었던 점, ③ 출입국관리사무소가 2015. 2. ○○화학의 사업장을 점검하여 취업활동이 불가능한 외국인을 고용하였다는 이유로 D를 단속하자, ○○화학 측은 양○○에게 취업활동이 가능한 외국인만을 공급하여 달라고 당부하면서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의 외국인등록증 등 체류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한 점, ④ 이에 대하여 양○○은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류자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다가 ○○화학에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이 마치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을 갖춘 것처럼 외국인등록번호, 체류자격 등을 허위로 기재한 엑셀파일을 보내 준 점, ⑤ ○○화학은 D에 매월 도급계약에 따른 비용을 지급하면서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이 있다는 전제에서 그들의 4대 보험료까지 포함한 비용을 지급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외국인 고용제한규정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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