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도안

판례

피고인이 공장 식당 등 5곳에 대자보를 게시하여 공연히 허...

번호
2017노38
일자
2017-11-13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 사】 조○○(기소), 이○○(공판)

【변호인】 B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2.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아래 [다시 쓰는 판결]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변경하면서, 죄명을 ‘모욕’에서 ‘명예훼손’으로, 적용법조를 ‘형법 제311조’에서 ‘형법 제307조 제2항’으로 각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 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6. 4. 5.경 전북 완주군 F에 있는 ○○○○○ 전주공장 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사실은 피해자 G가 허위진술을 하거나 피고인을 협박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친 것도 서러운 조합원에게 허위 진술로 산재 은폐한 △△△ ◎◎◎ 반장’이라는 제목 아래 ‘사석에서 개인적인 것까지 보고하고 협박하는 사측앞잡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대자보를 작성한 후 같은 날 17:00경 위 전주 공장 내 본관 식당, 버스 식당, 항용엔진 1부 식당, 상용엔진 2부 식당, 트럭 식당 등 총 5곳에 위 대자보를 게시함으로써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는지 여부

형법 제307조 제2항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범인이 공연히 사실의 적시를 하여야 하고, 그 적시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이어야 하며, 범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하였어야 하는데,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6도153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거나 허위의 사실임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피고인의 행위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한다.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2016. 2. 3. 13:10경 ○○○○○ 전주공장 △△△ 화이날 2공정 작업 현장에서 피고인이 싸이드 판넬 작업 후 필라카바 자재를 이동시키기 위하여 △△△ 차량 뒷문으로 내려가는 순간 △△△ 차량 밖 뒷부분에 있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발판에 피고인이 미끄러지면서 위 쏠라티 차량 뒷문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히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가 있었고, 그 충격으로 인하여 허리에 심한 통증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당시 피고인의 주변에 있었던 ○○○, ○○○, ○○○, H의 진술, 사고 후 안전대책회의가 진행되어 ‘△△△ 전공정에 대하여 발판 고정 여부를 점검하고 조치한다’는 협의가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요천추(관절)(인대)의 염좌 및 긴장이라는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

②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 ○○○병원으로 가서 X-ray 촬영한 후, 다시 MRI 촬영을 하였는데, 병원의 Doctor Progress Note에는 같은 날 진료 내용에 “입원 후 MRI 등 정밀검사 필요성 설명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피해자가 2016. 2. 15. 작성한 재해사고보고서에도 “전주 ○○○병원에 후송하여 피고인 X-ray 사진촬영하였고 그 결과 사진상으로는 정확한 판명이 어려우니 신경 전문의사와 상의하여 MRI 정밀촬영 요청하였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당시 피고인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하여 MRI 등의 정밀검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에 병원 측에서 정밀검사를 요청하여 피고인이 추가로 MRI 촬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③ 그러나 피해자는 2016. 2. 24.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에 제출한 진술서에 “현장에 가보니 피고인이 허리에 뒷짐을 지고 서서 리프트 미설치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였음, 주위 동료에게 앰뷸런스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더니 △△△ 뒤문 쪽으로 들어가 눕기 시작함, ○○○ 병원에 동행하여 엑스레이 결과 이상이 없다고 나왔는데, 본인은 MRI까지 찍겠다며 입원을 요청함”이라고 기재하였는바, 위와 같은 기재에 의하면, 사실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면서 허위 주장을 하고 있고, 병원에서도 과잉진료를 요청하였다고 해석할 만한 여지가 있고, 실제로 근로복지공단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이 사고현장에 서 있다가 구급차량을 부른 것을 확인한 후 갑자기 누웠다’고 진술하였음을 들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④ 피해자는 2016. 2. 24.자 진술서에 기재한 내용과 근로복지공단에 진술한 내용에 대하여 사실을 일부 누락하였을 뿐, 거짓으로 진술한 것은 없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한 것으로 인식할 만하다고 판단된다.

⑤ 대자보 기재 내용 중 ‘사석에서 개인적인 것까지 보고한다’는 부분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해자는 ‘피고인과 개인적으로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피고인이 허리가 좋지 아니하여 불편해하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피해자가 근로복지공단의 질문에 대하여 수동적으로 답변한 것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피고인과의 개인적인 만남에서 인지한 사실을 진술한 것은 사실인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 역시 허위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는 어렵다.

⑥ 대자보 기재 내용 중 ‘협박’ 부분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해자는 ○○○에게 ‘신중하게 작성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을 뿐 협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그와 같은 발언이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협박으로 들릴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은 당심 법정에서 ‘잘못 작성하면 잘릴 수 있다고 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 역시 허위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

나. 피고인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8808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 즉 ① 자동차공장과 같은 작업환경에서는 안전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하고 있고, 근로자들에게는 안전사고 발생시 치료기간 동안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받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상해가 재해로 인정되어 요양급여를 수령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담당자가 사고에 관하여 회사나 근로복지공단에 객관적 사실을 진술하는지 여부는 근로자들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근로자들의 주된 관심사항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은 피고인 뿐만 아니라 다른 근로자들로 하여금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부착하였다고 주장하고, 대자보가 부착된 장소도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식당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발언 내용은 전체적으로 ○○○ 공장 근로자들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그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에 있어서, 형법 제310조에서 정한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 요지는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두례(재판장), 김상우, 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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