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작업장 내 상병 발병 유해인자 수치가 법령상 기준에 미달했...
- 번호
- 2018구합52532
- 일자
- 2020-01-20
【원 고】 김○○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9. 10. 30.
1. 피고가 2017. 11. 1.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망 이○○(1984. 9. 17.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2. 1. 5. 주식회사 ○○케미칼(이하 ‘○○케미칼’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케미칼 전주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전극보호제, 세정제 등 전자재료 생산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이다.
나. 망인은 2015. 11. 18. 서울성모병원에서 시행한 골수검사에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고, 2016. 4.경 골수이식술을 받고 요양 중 면역저하에 따른 폐렴 및 패혈증으로 2016. 8. 3.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이자 장제를 실행한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17. 11. 1.‘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상 이 사건 상병과 관련 있는 화학물질은 산화에틸렌,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이다. 망인이 약 3년 10개월 간 수행한 전극보호제, 세정제 생산 공정에서 산화에틸렌은 검출되지 않았고,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는 불검출되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3,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내내 다수의 백혈병 주요 유해인자에 노출되었고, 더욱이 망인이 과중한 수준의 초과근무를 한 점을 고려하면 망인의 백혈병 주요 유해인자 누적노출량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2) ○○케미칼이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백혈병 주요 유해인자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일부의 제공을 거절한 사정 역시도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되어야 한다.
3) 또한 망인의 나이, 가족력, 질병력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개인적 요소가 아닌 직업적 요소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4) 위와 같은 사정들에 망인의 ○○케미칼 이전 직장에서의 작업 내용, ○○케미칼 등 디스플레이 생산업체군의 높은 이 사건 상병 발병률 등을 더하여 살펴보면,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이 사건 사업장의 개요
이 사건 사업장은 방습절연제, 세정액, OCR(Optical Clear Resin) 등을 생산하고 있고, 2014년경부터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과 파주공장, 삼성전자 화성공장 등에 전극보호제 및 세정제를 납품하였다.
2) 망인의 구체적 근무내용 및 작업장 상황 등
가) 이 사건 사업장의 전자재료팀은 전극보호제 생산 공정, 세정제 생산 공정, OCR 생산 공정, 형광체 생산 공정 등을 수행하고, 위 각 생산설비는 동일한 작업장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형광체 생산 설비 면적이 전체 작업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 망인은 2012. 1. 5. ○○케미칼에 입사하여 이 사건 상병 발병 무렵까지 약 3년 10개월 간 이 사건 사업장의 전자재료팀에서 근무하였는데, 위 기간 동안 전극보호제 생산 공정은 668회, 세정제 생산 공정은 32회, OCR 생산 공정은 58회, 형광체 생산 공정은 3회 수행하였다.
다) 이 사건 사업장의 전자재료팀 생산직 근로자는 4조 3교대, 1일 8시간 근무를 하였다. 망인의 2014년도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은 60시간이고, 2015년도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은 54.5시간이다.
3) ○○케미칼이 실시한 작업환경측정결과 등
가) ○○케미칼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상·하반기(다만 2012년 하반기는 제외)로 나눠 이 사건 사업장 내 유해인자를 측정하는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케미칼 실시 작업환경측정결과’라 한다), 백혈병의 주요 유해인자로 알려진 산화에틸렌,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는 측정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나) 한편 환경부에서 측정하여 공개한 이 사건 사업장의 ‘2015년도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2015년도에 1,3-부타디엔 601kg, 포름알데히드 40kg을 배출한 것으로 나와 있다.
4)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보고
가) 망인의 이 사건 상병 발병에 따라, 피고는 2016. 6. 27.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라고만 한다)에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인지 판단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나) 이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6. 9. 8. 및 2016. 11. 15. 이 사건 사업장을 방문하여 작업환경조사와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였고, 2017. 1.부터 같은 해 5.까지 이 사건 사업장 생산물질에 대한 시료 분석을 실시하였다.
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7. 6. 19. 피고에 역학조사보고서를 송부하였는데, 그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한 조사를 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라 한다).
5)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내용
망인의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주요 심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6)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작업환경의학과 강○○)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는 아래와 같다.
7) 작업환경의학 전문의 류○○ 작성의 전문가 소견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이자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이사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류○○이 작성한 소견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8) 관련 자료 제출 거절 내역
가) 이 법원은 2018. 6. 15. 및 2018. 7. 20. 두 차례에 걸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이 사건 사업장의 생산품 17종과 원료물질 84종의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문서제출명령을 하였으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형광체 생산 원료물질 6종에 대해서는 ○○케미탈의 비공개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로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을 거절하였다.
나) ○○케미칼도 2018. 11. 19.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형광체 생산 원료물질 6종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의 자료 제출을 할 수 없다.’라는 취지의 사실조회 회신을 하였다. 또한 이 법원은 2018. 11. 26. 형광체 생산 원료물질 6종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하였으나, ○○케미칼은 위 문서제출명령서를 반송하였다.
다) 또한 이 법원은 2018. 11. 30.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케미칼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위 공단에 제출한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의 공정안전보고서’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하였으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18. 12. 14. 위 공정안전보고서가 업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제출을 거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7, 14, 24호증, 을 제2, 3, 5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케미칼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이 법원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대한 문서송부촉탁 결과,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公的)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다. 그러나 첨단산업분야에서는 작업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이른바 ‘직업병’에 대한 경험적·이론적 연구결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첨단산업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빈번히 바뀌고 화학물질 그 자체나 작업방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 산업재해의 존부와 발생원인을 사후적으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작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부산물이 나오고 근로자가 이러한 화학물질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할 정도로 법령상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산업분야의 경우 수많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대책이나 교육 역시 불충분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사회보장제도로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과 동시에 규범적 차원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나)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무과실 책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기업 등 사업자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하되,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다. 산업사회가 원활하게 유지·발전하도록 하는 윤활유와 같은 이러한 기능은 첨단산업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첨단산업은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칠 수도 있는데, 그러한 위험을 대비하는 보험은 근로자의 희생을 보상하면서도 첨단산업의 발전을 장려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해관계 조정 등의 필요성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라) 위에서 보았듯이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율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율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群)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율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율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한 벤젠 등 백혈병 유해인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고, 이 사건 상병의 악화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가) 2015년도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 이 사건 역학조사 결과 중 시료 분석 결과 및 환경노출평가 결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그 노출수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 내 작업장에서 약 3년 10개월 간 전극보호제 등 생산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 사건 상병의 주요 유해인자인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이 사건 역학조사 결과에서 측정한 각 백혈병 주요 유해인자의 수치를 살펴보면,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7. 12. 26. 대통령령 제285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4조 제3항 [별표3]에 따른 노출기준 범위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 [별표3]이 규정하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별표3]의 기준을 충족한 경우뿐 아니라,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업무 수행 중 노출된 벤젠으로 인하여 백혈병 등 조혈기관 계통의 질환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참조).
위 유해인자 노출기준은 해당 유해인자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 등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된 경우 등에는 유해요소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질병 발생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망인의 2014년도 및 2015년도 월별평균 초과근무시간을 고려하면, 망인은 통상적인 근로자보다 월등히 많은 시간 동안 위 각 유해인자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류○○이 작성한 소견서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의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 등의 노출 수준이 위 노출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망인의 장시간 근로시간,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작업방식 등을 고려하여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여지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다) 위 가)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 망인이 업무를 수행한 작업장에서 계속적으로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가 발생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의 이 사건 ○○케미칼 실시 작업환경측정결과를 보면, 위 각 유해인자는 측정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위 기간 동안 실제로 유해인자 수치를 측정한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이 사건 역학조사는 망인의 이 사건 상병이 문제된 이후 실시된 것으로 그 수치 측정 역시 이 사건 상병 진단일로부터 약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이루어졌으므로 망인의 발병 이전의 작업환경을 그대로 반영한 측정 결과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점을 더하여 보면, 망인이 위 기간 동안 실제 위 각 유해인자에 노출된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역시 이 사건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였다는 점에서 이를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더욱이 위 기간 동안 위 각 유해인자는 측정 대상에서조차 제외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케미칼이 망인의 이 사건 발병 이전에 위 각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 방지조치를 적절히 취하고 있었는지도 다소 의문이 든다.
라) ○○케미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업무상 비밀을 이유로 ‘형광체 생산 원료물질 6종의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을 거절하였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케미칼의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의 공정안전보고서’ 제출을 거절한 바 있다.
비록 망인이 수행한 형광체 생산 공정 업무 비중이 적기는 하나 형광제 생산 설비가 망인이 업무를 수행한 작업장 내에 같이 설치되어 있고 작업장 전체에서의 비중이 90%에 이르는 등 위와 같은 자료들은 망인의 백혈병 주요 유해인자 노출 정도 판단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는 자료들임을 고려하면, 사업주 내지 관련 행정청의 위와같은 자료 제출 거부는 망인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어느 정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마) 이 사건 상병은 15세 미만의 소아청소년과 6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망인은 최초 발병할 당시 약 31세여서 이 사건 상병의 호발연령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이전에는 망인에게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이 될 만한 다른 건강상의 결함이나 생활습관이 없었으며, 가족력 등 유전적인 요소도 확인된바 없다.
이처럼 망인에게 이 사건 상병이 생길만한 개인적·유전적 요소는 없는데, 망인은 백혈병의 주요 유해인자가 노출된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에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
마. 소결론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규(재판장), 강지성, 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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