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장기근속자라는 이유만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로 정하고 이를 근...
- 번호
- 99구34600
- 일자
- 2002-04-17
장기근속연수가 적은 직원에 대하여 높은 배점을 부여한 선정기준의 경우, 일급 직원이라 하더라도 급여의 산정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계속적으로 근무하여 왔다면 고용보장의 측면에서 관리직 월급직원과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할 것임에도 장기간 조직을 위하여 성실하게 근무한 직원이 단지 장기 근속자라는 이유만으로 연령을 불문하고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고, 그 반영비율 역시 근무태도의 비중보다 높게 책정한 것은 위와 같은 장기근속자들에 대한 평가기준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받은 바 없다 하더라도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 주식회사 삼송 대표이사 이형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함준표
[피고]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소송수행자 양철주
[피고보조참가인(선정당사자)] 노정진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1999.10.27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을 비롯한 선정자들 사이의 99부해389호 부당해고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자동차 안전벨트 제조업체인 원고회사의 생산직 사원들로서, 참가인 노정진은 1995.7.15 입사하여 통합생산관리팀에서 열처리업무를, 선정자 김인숙은 1990.8.27, 선정자 김명자는 1997.4.25 각 입사하여 같은 팀에서 부품의 조립업무를, 선정자 여태환은 1995.3.20 입사하여 기술지원팀에서 조립라인 설치 및 보수업무를 담당하던 중 1999.2.13 각 정리해고된 후 같은 해 5.20 경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구제명령을 받았으며,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피고 역시 같은 해 11.11 위 정리해고는 해고 대상자의 선정기준이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1, 2의 각 1, 2, 갑3의 1, 3, 4, 6
2. 이 사건 정리해고의 경위
가. 원고회사는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사태에 따른 국내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 내수판매 부진 및 생산설비의 과잉에 따른 자동차 재고의 누적 등으로 자동차산업의 불황이 초래되고 원자재의 가격 상승,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 조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1998.2월 말경부터 같은 해 3월 초순경까지 약 7월, 같은 해 4월에는 25일, 같은 해 5월에는 23일, 같은 해 6월에는 17일, 같은 해 7월에는 3일 동안 부분 휴업을 실시하는 한편, 1997.12월 경비원 1명이 퇴직한 후 1998.8월 및 같은 해 10월 간부직원 2명을 권고사직 시켰으며, 1998년 동안 공장소독료, 명절선물비용, 전화요금 등 일반관리비를 3,500만원 정도 줄이고, 1997년도와 대비하여 복리후생비는 약 38%, 출장비는 약 163%, 소모품비는 약 37%, 경조사비는 약 118%를 줄이는 비용절감노력을 기울였으나, 1998년 사업연도 결산 결과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하여 37% 감소한 152억9,900만원에 불과하였고, 2억 1,042만원 상당의 단기순손실이 발생하였다.
나. 원고회사의 노동조합은 회사에서 직원들의 상여금 반납을 유도하고, 연·월차휴가 사용, 호봉승급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려 하자 임금을 체불하였다는 사유로 원고회사의 대표이사를 고소하는 한편, 1998.6.2부터 같은 해 10.29까지 파업을 실시하였는데, 원고회사는 1998.11월 하순경 그때까지의 1998년 매출액이 135억원 정도에 불과하여 1996년(274억9,400만원) 및 1997년(244억 2,000만원)에 비하여 크게 감소한 데다가 각종 비용절감 조치와 신규채용 중지 등 관리비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1999년 이후 자동차산업의 사업 전망 역시 불투명하자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전체 직원(간부 : 10명, 관리직 사원 : 60명, 생산직 사원 : 25명) 중 간부 2명, 관리직 사원 17명, 생산직 사원 7명을 감축하기로 결정한 후 같은 해 12.10 노동조합에 고용조정계획에 따른 정리해고 예정인원 및 해고 기준을 통보하는 한편, 같은 달 18일 및 1999.1.6 2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제도를 실시하여 자발적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 15명을 퇴직시켰다.
다. 원고회사는 1998.12.14부터 1999.1.12까지 9차례에 걸쳐 노동조합과 사이에 정리해고의 필요성 및 해고기준에 관한 협의를 시도하였으나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자 1999.1.13 관리직 사원 5명과는 별도로 생산직 사원들 중에서 별지 해고기준에 따라 작성한 해고대상자 서열명부상 서열이 빠른 순서대로 참가인을 비롯한 선정자들 4명(단, 해고서열 1순위인 소외 최복자는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57세로서 근무정년이 얼마 남지 아니하여 대상자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임)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 통보하였고, 이에 대하여 같은 달 3일 노동조합으로부터 해고기준에 대비한 해고대상자의 평가점수를 조합 및 당사자에게 통보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인사기밀을 이유로 이를 거절한 채 같은 달 2.13 위 정리해고 대상자들을 모두 해고하였다.
【인정근거】 갑3의 5, 7, 12, 18, 27 내지 34, 37 내지 42, 45, 53, 55, 61, 갑4, 갑5의 1 내지 25, 을1의 1 내지 4, 증인 유원철의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
3. 정리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경영상 긴박한 필요성 및 해고 회피노력의 유무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에 자동차용 안전벨트를 제조, 납품하는 회사로서 IMF사태에 따른 구제금융의 여파로 자동차산업의 불황이 지속되고, 원자재의 가격 상승,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 조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1996년 이래 3년 연속 매출액이 감소하여 1998년도에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였을 뿐 아니라 1999년 이후 자동차 산업의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 회사에게 정리해고를 위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1998년 한해 동안 부분휴업, 직원의 신규 채용 억제, 관리비 절감노력 뿐 아니라 이 사건 정리해고에 앞서 희망퇴직제를 실시하였던데다가 노동조합에서 호봉승급의 정지, 상여금 반납 등의 조치에 반대하면서 원고회사의 대표이사를 고발하고 장기간 파업을 하였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달리 인건비 절감 등의 조치를 통하여 경영상태를 개선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감안하여 보면 원고회사로서는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인정된다.
나. 해고기준의 정당성
(1) 원고는, 이 사건 정리해고 대상자의 선정기준인 별지 해고기준은 고용의 계속성, 안정성에 대한 기대가 관리직 월급 사원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생산직 일급 사원들 중에서 해고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2) 살피건대,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서 설정한 기준 및 각 기준항목별로 부여한 비중이 합리적이고 공정한지 여부는 획일적,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정도나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과 같은 근로자측의 주관적 사정과 정리해고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경영상 목표, 정리해고를 실시하는 사업체의 인사구조 및 이에 관한 구성원들의 인식, 향후 사업체의 발전역량의 보존 등 객관적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 근무실적이나 평소 근무능력에 대한 평가결과는 경영혁신이나 사업역량 강화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삼은 것 자체를 잘못이라 할 수는 없으나, 그 평가기준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평가 주체의 자의나 주관적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크고, 지나치게 배점이 커서 근무능력평가결과만으로 다른 나머지 모든 기준을 배제할 만큼 절대적인 영향을 갖게 되거나 장기간 조직을 위하여 성실하게 근무한 직원이 단지 장기 근속자라는 이유만으로 평소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이거나 비위사실이 있는 직원에 비하여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면 이러한 정리해고 기준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에서 원고회사가 마련한 해고기준과 이에 따른 해고대상자 서열명부(갑3-55)를 살펴보면,
(가) 먼저 근무능력평가의 경우, ① 월급직 사원들과 달리 종래 인사고과나 근무평정을 전혀 실시하지 아니하였던 생산직 사원들에 대하여 사전에 평가기준이나 방법에 관한 아무런 합의나 공고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 사건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근무능력평가를 실시하였고(증인 유원철의 증언), ② 평가방법에 있어서는 업무지식, 근무태도, 적극성 등 10개 항목에 걸쳐 A부터 D까지 5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으나, 각 항목이 추상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의견란의 짧은 설명 외에는 달리 동일한 등급간에 큰 폭의 점수를 부여하게 된 구체적 근거자료가 전혀 없어 평가자의 자의나 주관 요소가 개입하였을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예컨대, C등급은 점수폭이 60점에서 79점으로 분포되어 있음), ③ 배점방법 역시 근무능력평가의 평균점수가 90점 이상은 100점, 80점∼89점은 80점, 70점∼79점은 60점, 60점∼69점은 40점, 60점 미만은 20점으로 처리한 후 다시 50점을 만점으로 하여 환산한 결과 고득점자와 저득점자의 점수 격차가 최초 채점결과보다 더욱 벌어지게 됨으로써(예컨대, 평균점수 62.5점을 얻은 소외 이순봉과 59.5점을 얻은 선정자 김명자의 경우, 5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하여 최종적으로 해고기준에 반영되는 근무능력평가점수는 이순봉이 20점, 김명자가 10점으로서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 두 사람의 점수차를 훨씬 초과함) 저득점자에게 매우 불리하도록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실제에 있어서도 별지 해고기준에 의한 점수 산정결과 해고서열 3순위인 여태환 및 4순위인 김명자와 해고대상자에 포함되지 아니한 나머지 생산직 사원들과의 종합점수차는 불과 0.25점에서 5점에 불과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에 거의 절대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④ 특히 원고의 주장대로 생산직 일급 사원들이 부품의 단순 조립업무만을 반복하는 비숙련공에 불과하여 기술 축적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생산직 직원들의 근무능력 차이는 조직의 발전역량 보존 등 기업합리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이는 점에서 위와 같은 근무능력평가결과를 전체 해고기준 중 50%로 반영한 것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다음으로, 장기근속연수가 적은 직원에 대하여 높은 배점을 부여한 선정기준의 경우, 일급 직원이라 하더라도 급여의 산정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계속적으로 근무하여 왔다면 고용보장의 측면에서 관리직 월급 직원과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할 것임에도 장기간 조직을 위하여 성실하게 근무한 직원이 단지 장기 근속자라는 이유만으로 연령을 불문하고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고, 그 반영비율 역시 근무태도의 비중보다 높게 책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참가인을 비롯한 선정자들이 이 사건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됨에 있어 위와 같은 장기근속자들에 대한 평가기준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받은 바 없다 하더라도 선뜻 납득할 만한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특히, 원고의 주장과 같이 장기근속에 따른 임금의 실질적인 차이가 크지 않다면 장기근속자를 우선해고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다) 나아가 근로자측의 귀책사유 없이 사용자측의 경영상의 사정에 따라 실시되는 정리해고의 기본적 성격,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등에 비추어 전체 해고대상 근로자 중 상대적으로 사회적 보호를 덜 필요로 하는 근로자들이 선정될 수 있도록 근로자들의 주관적인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야 함에도 생산직 근로자들의 연령, 부양의무의 유무, 재산상태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점에서 이 사건 정리해고 기준은 사용자의 이해관계에 관련된 객관적 사정에 편중되었다고 보인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회사의 참가인을 비롯한 선정자들에 대한 이 사건 정리해고는 그 해고기준이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당하므로,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정당하고, 따라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조병현(재판장), 김도형, 김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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