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도안

판례

과중한 업무의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착란으로 투신, 사망한 ...

번호
99누16834
일자
2002-06-10

약 4개월 남짓의 출장기간 동안 계속적, 반복적으로 가중되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점, 정신질환의 기왕력이 없는 사람도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오랜 시간 동안 노출되면 악몽, 환각 등으로 정신착란과 연관되어 일시적인 현실감 상실을 유발함으로써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는 점, 망인이 사고경위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불이 나는 꿈을 꾼 것 같다고 진술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 침실에 불이 난 것으로 착각하고 탈출하기 위하여 아래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외국생활과 과중한 업무에 따른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스트레스로 인하여 일시적인 정신착란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현실감을 상실한 채 침실에 불이 난 것으로 착각하여 이를 피하고자 창문을 통하여 아래쪽으로 뛰어내림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당하고 결국 사망에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재해로 인정되다고 할 것이다.

[원고,항소인] 장○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나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영재,최종우, 이양우,심재왕,홍승기

[피고,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방극윤

소송수행자 정상훈, 이기안, 홍경모

1.원심판결을 ‘취소’한다.

2.피고가 1997.11.14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일시금및장의비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소외 망 김○준(1965.3.10생, 이하 ‘망인’이라 함)

(1) 1992.1.1 소외 대우정보시스템주식회사(이하 ‘소외회사’라 함) 입사,

(2) 1997.2.10 폴란드 소재 대우-FSO자동차공장에 대한 LAN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이하 ‘이 사건 프로젝트’라 함)를 위하여 출국,

(3) 1997.6.5 01:00경(현지시간) 바르샤바 소재 아파트 4층(현지기준 3층)에 있는 숙소에서 약 10미터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두개골.척추.골반.천골.다리 등에 골절상 등을 입는 이 사건 사고 발생,

(4) 1997.6.30 18:15경(현지시간) 사망.

나. 원고, 1997.11.12. 이 사건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청구

다. 피고, 1997.11.14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부지급처분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장기간 해외에 출장하여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심신의 피로가 극에 달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 일시적인 정신착란을 일으킨 나머지 숙소에 불이 난 것으로 여기고 숙소 밖으로 뛰어내림으로써 사망하게 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나. 인정된 사실관계

(1) 망인의 업무내용, 근무상황

(가) 망인은 공장전산화를 위한 네트워크 시스템(Network System, 공장전산화설비 연결 및 교환시스템, 단말기 설치를 위한 각종 케이블 배선, 통합전산망 구축 등을 총칭한다)의 설치 및 유지.보수를 사업내용으로 하는 소외회사 엔에스아이(NSI, Network System Integration)사업부에서 설치팀 대리로 근무하던 중 소외회사가 대우자

동차 주식회사(이하 ‘대우자동차’라 한다)로부터 도급받은 공사대금 3,730,666,000원 상당의 이 사건 프로젝트에 관하여 설치총괄.조정(Tunning).유지보수.현지인 교육 등에 관한 팀장으로 선임되어 프로젝트 매니저 소외 조○동 대리, 서버/클라이언트 담당 박○균 대리, 케이블 담당 함○영 외 하도급업체 인원 10명 등과 함께 그 작업을 수행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1997.2.10 폴란드로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출장예정기간 1997.2.10부터 1997.3.31까지).

(나) 망인은 이 사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다.

① 업무의 특성

이 사건 프로젝트는 국내업체가 맡은 네트워크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규모로서 소외회사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였는데 국내에서는 거의 적용된 적이 없는 신기술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 실패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망인은 심적으로도 큰 부담을 안은 채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프로젝트는 폴란드 대우공장 내 20만평 규모의 지역에서 생산, 자재, 구매, 회계, 인사정보 등이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컴퓨터와 관련장비를 연결하여 이들 장비들이 물리적, 논리적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으로서 전장 약 2km의 거리에 케이블 설치, 컴퓨터 관련장비 설치 및 조정을 요하였기 때문에 망인은 도보 또는 자동차로 수시 이동하면서 작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어 육체적으로도 많은 활동이 요구되었다.

② 통관지연

본국에서의 장비 선적 지연과 폴란드의 관료적이고 경직된 통관사무 처리절차 등으로 인하여 프로젝트 소요장비의 통관이 예정보다 약 1개월 가량 지연됨으로써 대우자동차 현지 책임자 등으로부터 심한 독촉을 받게 되었고, 망인의 출장기간도 1997.5.31까지 1차 연장되었다.

③ 연장근로 등

망인은 통관지연으로 인한 공기손실을 보전하기 위하여 거의 일상적으로 평일에는 08:00경부터 22:00경까지, 토요일에도 08:00경부터 18:00경까지 근무를 하였으며(일요일에는 현지 업체의 사정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작업을 하지 아니하였다), 본국과 8시간의 시차가 있는 관계로 본사와의 협의를 위하여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④ 추가공사 및 출장기간 연장

예정된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정리단계에 들어가자 프로젝트 매니저 조○동 대리가 1997.5.30경 업무정리와 보고를 위해 서울로 떠났고, 이에 망인은 조○동 대리가 맡았던 대우자동차와 사이의 프로젝트 진행에 관한 업무협의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그런데, 그 무렵 대우자동차측에서 3~4일 내에 추가로 5개소에 대하여 네트워크 설비를 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는 바, 그 공사는 현지에 투입된 인력을 총동원하더라도 1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정도의 규모로서 대우자동차측이 제시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지만 대우자동차측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였던 데다가 당초 소외회사와 대우자동차 사이의 계약상 공사 범위가 명확하지 아니하였던 관계로 망인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많은 고심을 하였으며, 1997.5.31까지 1차 연장되었던 출장기간을 1997.6.30까지 1개월 더 연장하게 되었다.

한편, 망인은 그 무렵부터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업무협의, 설치총괄 팀장으로서의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튜닝, 폴란드 현지인 교육, 업무정리 및 작업내용 자료화 등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막바지 작업으로 더욱 바쁜 상태가 되었는데, 설치팀이 폴란드를 떠나고 난 뒤에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일을 꼼꼼하게 챙겼고, 그 과정에서 기술자료를 확보하는데 대한 어려움이나 폴란드 현지인 교육에서 언어적인 문제로 충분한 교육훈련을 실시하지 못하는데 대한 고충 등으로도 많은 고민을 하였다.

(2) 사고 전후의 상황

(가) 망인은 1997.6.4. 22:00경(현지시간, 이하 같다) 근무를 마치고 숙소로 사용하는 아파트로 돌아와 거실에서 동료 근로자인 박○균.정○신.함○영과 함께 과일을 먹고 TV를 시청하였는데 23:30~24:00경 사이에 함○영과 정○신이 잠자리에 든 후 박○균이 소파에 길게 누워 있던 망인에게 “그만 들어가 자자”고 하자 “TV를 좀 더 보고 자겠다”면서 거실에 남아 있었다.

(나) 망인은 1997.6.5 01:00경 숙소 침실 창문으로부터 약 10m 아래에 있는 아스팔트 바닥으로 추락하여 쓰러져 있다가 이웃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의식을 잃기 직전인 같은 날 17:00경 정○신이 문병차 병원에 들러 경위를 묻자 “불이 나는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다)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침실에서는 박○균과 함○영이 잠을 자고 있었지만 그들은 망인이 소리치거나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같은 날 새벽 2:30경 폴란드 경찰이 그들의 침실로 들어와 여권을 검사하는 등의 조사과정에서 사고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으며, 폴란드 경찰은 사고경위를 조사한 결과 이 사건 사고에 타인이 관여하였을 가능성이나 범죄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조사를 종결하였다.

(3) 스트레스와 정신과적 질환과의 상관관계 등

(가)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오랜 시간 동안 노출되면 불안, 공포, 수면장애, 우울증, 부적응적 이탈행동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악몽, 환각 등으로 정신착란과 연관되어 일시적인 현실감 상실을 유발함으로써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으며, 정신질환의 기왕력이 없는 사람도 극도의 스트레스 아래에서는 이와 같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나) 망인은 이 사건 프로젝트가 난관에 봉착하였을 때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탓하는 자괴감을 토로한 적은 있으나 그 밖에 불안증, 우울증, 정신증 등의 이상증세를 보인 적은 없었고, 그 이전에 정신과적인 병력을 가지고 있지도 아니하였다.

(4) 망인의 성격 등

망인은 책임감이 강하고 과묵한 성격의 소유자로 처인 원고와 사이에 김○연(1991.10.22생), 김○민(1995.2.17생)의 2녀를 두었는데, 폴란드 출장 중 이 사건 사고 이전까지 일주일에 두세번씩 원고와 전화통화를 통하여 가족의 안부를 묻고 작업의 지연과 업무과중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였으며, 망인의 유품 중에는 귀국 후 가족에게 줄 장난감, 선물 등이 발견되었다.

다. 판 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1999.12.31 법률 제61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① 이 사건 사고에는 타인이 관여하였을 가능성이나 범죄행위는 없었던 점, ② 망인은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면서 그 중에서도 비중이 큰 이 사건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었고 처와 2녀를 둔 가족의 가장으로 가정적으로도 문제가 없었으며 그들에게 줄 귀국선물까지 준비해놓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이전에 정신병력도 없었으므로 망인에게 자살을 할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③ 망인은 외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업무지연으로 인하여 2차례에 걸쳐 출장 시간을 연장하였고, 비교적 규모가 큰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사고 무렵에는 다른 동료가 수행하던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까지 맡게 되고 막바지 작업으로 인하여 업무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등 약 4개월 남짓의 출장기간 동안 계속적, 반복적으로 가중되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점, ④ 정신질환의 기왕력이 없는 사람도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오랜 시간 동안 노출되면 악몽, 환각 등으로 정신착란과 연관되어 일시적인 현실감 상실을 유발함으로써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는 점, ⑤ 망인이 사고경위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불이 나는 꿈을 꾼 것 같다고 진술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 침실에 불이 난 것으로 착각하고 탈출하기 위하여 아래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외국생활과 과중한 업무에 따른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스트레스로 인하여 일시적인 정신착란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현실감을 상실한 채 침실에 불이 난 것으로 착각하여 이를 피하고자 창문을 통하여 아래쪽으로 뛰어내림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당하고 결국 사망에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재해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부당하여 취소되어야 할 것인 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목민(재판장), 이건웅,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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