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정리해고 반대를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
- 번호
- 99도4779
- 일자
- 2002-01-14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본다.
가. 쟁의행위(원심판결의 '노조법상 쟁의행위')
⑴ 원심은, 이 사건 각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으로 내세운 임금인상과 정리해고 등 고용안정은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에 해당하고, 이 사건 각 쟁의행위 중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쟁의행위는 만도기계 주식회사(이하 '회사'라고만 한다) 내에 조직된 만도기계 노동조합(이하 '노조'라고만 한다)이 쟁의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목적과 쟁의행위의 결정방법·시간·장소·수단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노조가 위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정을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며, 기타 이 사건 각 쟁의행위의 주체, 절차, 수단 및 방법도 모두 정당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사건 각 쟁의행위를 대상으로 한 업무방해의 점은 위법성이 조각되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⑵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및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먼저 쟁의행위의 목적에 관하여 보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하는 이른바 정리해고의 실시는 사용자의 경영상의 조치라고 할 것이므로, 정리해고에 관한 노동조합의 요구내용이 사용자는 정리해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라면 이는 사용자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이 되어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없는 사항을 달성하려는 쟁의행위는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1. 4. 24. 선고 99도4893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쟁의행위 중 1998. 2. 13.까지 이루어진 쟁의행위[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⑴ 중(이하 '별표'라 줄인다) 2 내지 6] 및 같은 해 5. 27.부터 이루어진 쟁의행위(별표 16 내지 22, 24 내지 41 및 1998. 9. 2. 18:00부터 9. 3. 06:00까지의 쟁의행위)는 모두 노조가 상급 연합단체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르거나 회사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하여 회사에 대하여 정리해고 자체를 전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된 주장으로 내세우며 벌인 파업임을 알 수 있으므로 위 각 쟁의행위는 그 목적에 관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이 노조가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으로 회사가 수용할 수 없고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없는 사항 만을 고집하여 쟁의행위를 한 경우에 그 사항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다음 쟁의행위의 절차 중 조정절차에 관하여 보면, 조정전치에 관한 규정의 취지는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여 쟁의행위 발생을 회피하는 기회를 주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쟁의행위가 조정전치의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항상 정당성이 결여된 쟁의행위라고 볼 것이 아니고, 그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사회·경제적 안정이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의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그 정당성 유무를 가려 형사상 죄책 유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도4812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쟁의행위 중 1998. 4. 28.까지의 쟁의행위(별표 2 내지 6, 8)는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여 조정절차가 마쳐지기 전에 벌인 파업임이 명백한 데다가, 당시 회사는 자동차 중요부품을 국내 최대 규모로 생산하는 상황이었고, 노조 본조(노동조합 본부의 약칭)의 지시로 사업장이 있는 노조 7개 지부(피고인들은 그 중 하나인 문막지부에 소속된 간부들이다)에서 동시에 파업에 돌입하였으며, 노조는 회사에 파업을 예고하지도 아니한 채 1998. 1. 15.부터 같은 해 4. 28.까지 6차례에 걸쳐 파업을 벌인 점을 알 수 있고, 이와 같은 회사의 규모 및 사업내용, 파업의 경위, 기간, 횟수 및 파업의 예측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위 각 쟁의행위로 말미암아 사회·경제적 안정이나 회사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혼란과 손해를 끼쳤다고도 판단되므로, 위 각 쟁의행위는 그 절차에 있어서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음 쟁의행위의 절차 중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관하여 보면,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찬성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위의 절차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된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각 쟁의행위 중 1998. 4. 28.부터 같은 해 5. 12.까지의 쟁의행위(별표 8 내지 14)는 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벌인 파업임을 알 수 있으니(노조가 1997. 11. 4. 파업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것은 고용안정 및 노동악법 개정저지를 위한 파업에 대한 투표이고, 노조는 그에 따라 파업을 하다가 1998. 2. 23. 조합원 설명회를 거쳐 파업을 철회하였다), 위 각 쟁의행위 역시 그 절차에 있어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음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에 관하여 보면,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점거는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형태로서 그 점거의 범위가 사업장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있으나, 이와 달리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조합원 이외의 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사용자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하여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케 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이미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할 것인바(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도383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노조는 1998. 8. 21. 1조당 50여 명씩 3개조의 사수대를 조직하여 사수대원들로 하여금 쇠파이프를 휴대케 하고 공장의 정문 2곳과 후문 1곳에서 조합원 이외의 출입자와 출입차량에 대하여 공장출입을 통제하고, 규찰대를 조직하여 공장 외곽을 순찰토록 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쟁의행위 중 같은 해 8. 21.부터의 쟁의행위(별표 31 내지 41 및 같은 해 9. 2. 18:00부터 같은 달 3. 06:00까지의 쟁의행위)는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도 정당성을 상실하였다 할 것이다.
⑶ 결국 이 사건 각 쟁의행위는 모두 쟁의행위의 목적, 절차, 수단과 방법의 면에 있어 모든 정당성의 요소를 갖추지 못하여 위법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각 쟁의행위가 정당함을 전제로 그에 대한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노동조합활동(원심판결의 '협의의 단체행동')
⑴ 원심은, 노동법개정투쟁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 총회(별표 1), 회사와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한 후 개최된 조합원 설명회 총회(별표 7), 쟁의행위 개시여부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 총회(별표 15, 23)로 인한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위 각 조합원 총회는 그 주체 및 목적이 정당하고, 총회개최장소, 조합원의 수, 조합원이 주간 및 야간근무조로 나뉘어져 있어 의견교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점 등을 고려하면 위 각 조합원 총회가 근무시간 중에 열렸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⑵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 역시 수긍할 수 없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첫째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또는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어야 하고, 둘째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 또는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사업장 내의 조합활동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도61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노조는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없고 노사간의 관행이나 회사의 승낙도 없이 근무시간 중에 오랜 시간 동안 위 각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피고인들은 회사에서 근무시간 중의 조합원 총회 개최를 승낙하지 않을 것임이 당연하여 회사에 알리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위 각 조합원 총회는 그 방법의 면에 있어 위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⑶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각 조합원 총회가 정당함을 이유로 그에 대한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노동조합활동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이유 있다.
2.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본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체포영장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발부되는 것으로서, 이 사건과 같이 판사가 각 체포영장을 발부할 당시에는 피고인 한상배, 이현우, 배연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더구나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들의 업무방해의 점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 위 피고인들이 체포영장 발부 당시까지 모두 3회에 걸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각 체포영장을 발부하였으며, 경찰이 체포영장의 발부 및 집행사실을 통보한 다음 이를 집행하려고 하였다면 그 직무집행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피고인들이 경찰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경찰관 등을 향하여 위험한 물건인 돌을 던지고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폭행하였다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직무의 적법성, 정당행위 내지 정당방위 등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따라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피고인들의 유죄 부분에 대한 상고는 모두 이유 없다 할 것이나,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각 죄와 무죄로 인정한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도 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서 성, 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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