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노동관계법상의 절차를 위반한 쟁의에 대한 평가 기준...
- 번호
- 99도4838
- 일자
- 2002-10-23
노동조합규약 제43조 제1항이 "쟁의행위는 조합원의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에 의하여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1998.5.6.부터 같은 달 12.까지의 파업에 있어서는 이러한 조합원 투표에 의한 과반수 찬성의 절차상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으며, 파업에 나아가기 직전인 1998.4.30.에 앞으로의 쟁의행위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같은 해 5.13. 실시한다는 집회공고를 하여 그 5.13.에야 실제 찬반투표를 실시한 사실을 알 수 있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 사건에서 같은 달 6일부터 파업을 단행하는데에 법 제41조 제1항, 노동조합규약 제43조 제1항에서 정한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피 고 인] 황○○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 이유를 판단한다.
이 사건 상고심의 판단대상이 된 공소사실 부분은 피고인이 만도기계 주식회사 노동조합(아래에서는 노동조합이라고만 쓴다)의 조직국장으로서, 1998.5.6.부터 1998.5.12.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기간 동안 만도기계 주식회사 생산라인가동을 중단시키고,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작업장에서 무단 이탈하게 하여 사내집회를 개최하고, 출입차량을 통제·검문하는 등 각 위력으로써 만도기계 주식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부분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노동조합이 1998.3.23. 대의원대회에서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에 1998년 임금협상교섭권을 위임하기로 결의하고, 1998.3.30. 사용자에게 교섭권 위임사실과 1998년 임금인상요구안 등을 통보하여 위 연맹이 1998.3.31.부터 1998.4.21.까지 4차에 걸쳐 중앙교섭안에 의한 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사용자가 응하지 아니하여 1998.4.23.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사실, 이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는 1998.5.1. 노동조합의 중앙교섭요구는 노동쟁의라고 보기 어려워 조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관계법에 의하여 당사자간 자주적 교섭을 충분히 가질 것을 권고하면서 조정을 종료하였고, 또한 같은 달 8일 위 연맹이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받은 협상교섭권에 기하여 신청한 조정 역시 같은 이유로 조정을 종료한 사실, 이에 노동조합은 1998.5.6. 10:00부터 12:00까지 사이에 4월분 체불임금, 상여금 50% 및 김장보조비 15만원의 지급을 요구하기 위하여 '체불임금청산 및 고용안정 쟁취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를 소집한 후 파업하기로 결의하여 1998.5.7.부터 같은 달 11.까지(같은 달 10.은 제외) 조업을 중단한 사실, 한편 노동조합은 파업기간 중에 선봉대 및 규찰대를 조직하여 사업장 출입차량에 대한 검문, 현장순회, 공장외곽 순찰 등을 실시하고 파업지지를 위한 대자보를 부착하였으며, 공장 내 주차장을 집회장으로 사용한 사실, 1998.5.11. 임시 노사협의회에서는 체불된 상여금 50% 및 김장보조비 15만원을 지급하기로 협의한 사실, 위와 같이 노사협의회를 걸쳐 임금안이 타결되자, 노동조합은 파업을 철회하기로 하고 1998.5.12. 08:30부터 10:30경까지 조합원 공청회를 통하여 파업철회 경위 등을 설명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이 사건 파업의 경위, 파업기간 중의 노사협의내용, 노사협의에 의한 임금문제가 해결되자 파업을 철회한 점 등에 비추어 보니, 이 사건 각 파업은 통상적인 임금협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목적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파업의 시기 및 절차에 있어서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종료 후에 노동조합의 조합원총회를 거쳐 실시한 것으로써 그 절차에 있어서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다만 조합원총회에서 쟁의행위에 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나, 이와 같이 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한 것은 단지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상의 결함에 지나지 아니하고, 조합원총회 이후 파업에 참여한 인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파업은 조합원 대다수가 찬성한 것으로 보여, 위와 같이 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파업의 절차가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파업의 내용도 소극적으로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면서 집회를 가지고 노동조합원들에 대하여 파업을 독려하면서 폭력행위를 수반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수단, 방법에 있어서 상당한 범위를 넘어섰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파업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및 노동쟁의 발생신고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한편,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비로소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1998.2.27. 97도2543 판결, 1998.1.20. 선고 97도588 판결, 1996.1.26. 선고 95도195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아래에서는 '법'이라고만 쓴다) 제41조, 제45조, 법시행령 제17조에 의하니, 노동조합은 조합원 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 등 일정한 절차상의 요건을 갖추어야만 사용자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를 실행할 수 있다(대법원 1999.9.17. 선고 99두5740 판결 참조)고 할 것인데, 조합원의 찬성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법 제41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이므로, 그 절차위반의 쟁의행위라 하여 일률적으로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나, 그 조항이 정하는 절차를 따를 수 없는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12.8. 선고 92누1094 판결 참조).
원심판결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보니, 노동조합규약 제43조 제1항이 "쟁의행위는 조합원의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에 의하여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1998.5.6.부터 같은 달 12.까지의 파업에 있어서는 이러한 조합원 투표에 의한 과반수 찬성의 절차상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으며, 파업에 나아가기 직전인 1998.4.30.에 앞으로의 쟁의행위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같은 해 5.13 실시한다는 집회공고를 하여 그 5.13.에야 실제 찬반투표를 실시한 사실을 알 수 있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 사건에서 같은 달 6일부터 파업을 단행하는데에 법 제41조 제1항, 노동조합규약 제43조 제1항에서 정한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원심이 조합원총회를 거쳤다는 판시 부분은 1998.5.6.에 있은 "체불임금청산과 고용안정쟁취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록에 의하니, 그 결의대회에 앞서 노동조합은 1998.4.30. 공고를 통해 1998.5.6.부터 파업을 불사하는 총력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알린 후였고, 그 결의대회는 파업행위의 일환으로 개최한 것임을 알 수 있어 조합원총회를 개최하였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은 파업불참자를 색출한다는 이유로 규찰대를 조직하여 이탈자를 색출하고, 선봉대가 사업장 출입을 통제하는 등 파업참가를 강제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단순히 파업참가인원 등만으로 조합원들의 의사를 추정하여 법과 규약에서 정한 조합원 직접, 비밀, 무기명투표에 의한 과반수 찬성이라는 절차상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 쟁의행위를 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그 밖에 법 시행령 제17조에 정한 행정관청과 관할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의 신고를 하였다는 사정도 찾아볼 수 없고, 기록에 의한 즉, 파업에 들어가기 전 노동쟁의 조정신청이 있었는데 1998.4.30. 당사자 쌍방이 교섭권자 또는 교섭위원을 명확히 하여 앞으로 충분한 협상을 통하여 자주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더이상 합의의 여지가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노동쟁의조정신청사건은 법상의 노동쟁의라고 보기 어려워 조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관계법에 의하여 당사자간 자주적 교섭을 충분히 가질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고, 1998.5.8. 무렵에도 같은 내용의 결정을 하였는데, 이러한 노동조합의 입장표명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권고안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측은 1998.4.30. 노동조합중앙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파업을 불사하는 총력투쟁을 1998.5.6.부터 전개하기로 했다는 공고를 하고, 1998.5.6.부터 파업에 들어갔으며 이에 사업주측에서 불법파업이므로 중단하라는 촉구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전면파업에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어 노동조합측이 사업주측과 충분히 자주적 교섭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원심판결이유와 기록에 의하니 선봉대, 정방대 및 규찰대를 조직하여, 선봉대는 회사정문에서 각 사업장 출입차량에 대한 통제·검문을 실시하고, 규찰대는 전면파업 중에 현장에서 작업하는 조합원이나 파업 불참자를 색출한다는 이유로 현장순회를 하며 이탈자를 색출하고, 정방대는 공장 외곽순찰을 하였으며, 기아자동차노조 등 외부노조의 대자보를 부착하고, 회사 내에서 집회 및 노동자 경연대회를 개최한 사실을 알 수 있어, 사정이 위와 같은 한 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려는 자에 대한 물리적 강제가 없었다고 볼 수 없고, 출입을 저지하는 등 그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에 있어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고, 조합원 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 등 일정한 절차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할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도 않으며 선봉대, 정방대 및 규찰대를 조직하여 파업참가를 강제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등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 물리적 강제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이 사건 쟁의행위는 절차 및 수단과 방법의 면에서 그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모든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이 쟁의행위의 과정, 관계법령상의 절차준수 여부,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에 관한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은 나머지 적법한 쟁의행위로 보기에 부족한 원심판시 사정만으로 그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인정에는 심리를 다하지 않고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이용훈 조무제(주심)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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